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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중증장애아 키우는 아버지… 절망서 길어 올린 삶의 의미

입력 | 2013-07-13 03:00:00

◇달나라 소년/이언 브라운 지음·전미영 옮김/376쪽·1만4800원/부키




워커는 저자의 아들이다. 여느 부자관계가 그렇듯 태어날 때부터 워커는 저자에게 ‘특별한’ 자식이다. 하지만 그 특별함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워커는 중증장애아였다.

의학적 진단명은 ‘심장·얼굴·피부증후군(CFC)’.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기는 이 병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수백 명만 확인됐을 정도로 희귀하다고 한다.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하나 심장과 얼굴 기형, 피부 질환, 지적장애, 그리고 시시각각 온몸을 덮치는 통증에 시달린다.

‘달나라 소년’은 그런 워커를 13년 동안 가족과 함께 키우고 돌본 아비의 체험과 심정을 담은 책이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 기자인 저자는 2007년부터 이 신문에 동명의 칼럼(The Boy in the Moon)을 연재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의 서평 쓰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 단순히 ‘감동적’이란 말로는 표현이 잘 안 된다. 이런 분야의 식견이 부족하다 보니 자칫 저자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누를 끼칠까 두려움마저 앞선다. 이 부자의 고통을 어찌 이해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저자는 때론 심하다 싶을 만치 냉정하고 차분한 태도로 글을 써내려간다. 물론 그래서 더 울컥하는 대목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독자를 한바탕 울음바다로 몰아넣는 데 있지 않다. “워커를 키우는 건 물음표를 키우는 일과 같았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성찰함으로써, 저기 멀리 달나라에 사는 아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함께 세상을 헤쳐 나가려는 진정성이 가득하다.

왜 이런 과정이 지난하지 않았을까. 특히나 워커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때리는 자기학대 증세마저 지녔다. 잠들기 직전까지 잠깐만 방심해도 온몸에 멍을 만든다. 저자와 아내는 물론이고 워커의 누나 헤일리마저 워커가 일으키는 소용돌이에 휩쓸려 허덕인다. 하지만 때로 찾아오는 보석 같은 경이로움이 그들을 어루만지기에 삶은 계속된다.

“어느 날 저녁, 너무 지쳤던 나는 워커를 팔에 안은 채로 계단에서 굴렀다. 그때 온몸을 관통한 생각은 워커였다. 순간적으로 팔을 둘러 내 몸을 썰매로 만든 상태에서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워커는 깔깔대며 웃었다. 재미있었나 보다. 워커가 즐겁다면 그걸로 나도 좋았다. 아들은 나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때로는 거기서 나오는 길이 되어 주기도 했다.”

저자는 아들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처음엔 내 자식이니 사랑하고 보호하는 데만 치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 교감을 통해 ‘경탄과 감사’를 경험하고 나면, 그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깨닫는다. 워커를 꼭 껴안은 저자는 이렇게 되뇐다. ‘나는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한 워커와 가장 가까이에 있다. 그 사이에 공간은, 간극이나 공백은, 기대나 실망은, 실패나 성공은 이제 없다.’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안아주길.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