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빚부터… 갚으니까 청춘이다
[Close Up] 신용불량 20대, 단기간에 신용등급 두 단계 올린 비결은?
“어느 순간 9등급이 돼버렸어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김 씨가 지원한 것은 개인신용평가정보 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4월 말부터 7주간 운영한 ‘3기 올크레딧 신용관리 체험단’이다. 이곳에서 진행한 것은 김 씨처럼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사람들을 위한 갱생 프로그램. 체계적인 부채 관리와 계획적인 소비 방법을 배워 신용등급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 90일 이상 연체는 신용등급에 치명적
김 씨가 신용등급이 7등급이 된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해서든 두 달 치 연체 보험료를 냈다면 신용등급이 9등급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체는 90일 이상(장기 연체)과 미만(단기 연체)으로 나뉜다. 당연히 장기 연체가 신용등급에 더 나쁘다. 장기 연체는 5년까지, 단기는 3년까지 신용등급 및 평점에 영향을 미친다. 연체 금액을 갚는다고 영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빚을 갚을 때는 액수가 큰 빚보다는 오래된 빚을 먼저 갚아야 한다.
김 씨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그가 알고 있던 유일한 상식은 ‘신용등급을 자꾸 조회하면 등급이 떨어진다’는 것뿐이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평소 자신의 신용등급을 알아보는 것을 꺼리며 관리를 소홀히 했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는 달리 2011년 10월부터 아무리 신용등급 조회를 많이 해도 등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연체 빚을 갚은 뒤 김 씨의 신용등급은 8등급으로 올랐다. 그리고 체험단에 참여한 뒤 4주 만에 다시 7등급으로 상승했다. 이유는 신용카드를 적당히 사용했기 때문. 김 씨는 체험단에서 자신의 신용카드 사용 한도(월 50만 원)에 맞춰 매달 10만∼30만 원씩 쓰는 게 신용평점을 올리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졌다고 신용카드를 아예 안 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안 쓰면 그만큼 신용거래 정보가 부족해지므로 신용등급을 올릴 여지도 줄어든다. 개인별 한도에 맞게 적정 금액을 쓰는 게 좋다.
○ 추락한 신용등급 회복, 기나긴 싸움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것은 대부분 무계획적인 소비 때문이다. 신광우(가명·31) 씨는 2011년 4월 대부업체 문을 두드리며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미혼인 신 씨는 연봉이 4500만 원 정도로 적은 편이 아니었다. 문제는 흥청망청 소비. 친구들을 만나면 술값은 항상 자신의 몫이었다. 상점에서도 맘에 드는 게 있으면 가격표를 보지 않고 샀다. 그러다보니 카드값만 한 달에 300만∼500만 원씩 나왔다.
신 씨는 올해 기존 대부업체와 현금서비스 빚을 카드론으로 전환했다. 카드론 금리는 연 13% 정도로 그나마 대부업체 금리보다 낮다. 빚은 절반 이상 줄었다. 신용등급은 6등급으로 한 단계 올랐다. ‘신용관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이 시중 은행에서 빌린 7% 금리의 신용대출과 20%대의 현금서비스, 30%대의 대부업체 대출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했다. 현재 신 씨는 매월 50만 원씩 카드론을 상환하고 있으며 30만 원씩 적금도 붓고 있다. 적금도 물론 빚을 갚는 데 쓸 계획이다.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것은 순간이지만 다시 올리는 데는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이번 체험단에도 처음에는 76명이 참가했지만 7주간의 과제를 모두 수행한 사람은 19명뿐이다. 참은 만큼 열매는 달았다. 19명 중 11명이 체험 기간 중 신용평점이 올랐고 이 중 6명은 평점 상승폭이 커 등급까지 올랐다. 1기와 2기 체험단의 과제 완수자 상당수도 현재 신용도가 크게 향상됐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