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영 경제부 기자
2009년까지만 해도 지폐는 조폐공사 전체 매출액의 35.6%를 차지하는 1위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지폐(23.9%)는 주화, 훈장, 해외 주화 제조 등 ‘압인’ 제품(금속을 눌러 만드는 제품·30.2%)에 1위를 내줬습니다. 작년에는 22.3%까지 떨어져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등 아이디(ID) 제품(18.8%)에 2위 자리를 위협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14일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폐 제조량은 5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조폐공사가 제조해 한은에 공급한 5만 원, 1만 원, 5000원, 1000원권 지폐는 5억5000만 장이었습니다. 2008년(17억1000만 장)의 32.2%에 불과합니다.
결제 방식의 트렌드가 바뀐 것도 지폐 제조가 줄어드는 데 한몫했습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인터넷뱅킹 등 전자결제가 대세를 이루면서 현금 사용량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은의 ‘2012년 지급결제동향’을 보면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전자화폐 등 비(非)현금 지급수단에 의한 지급결제 규모는 하루 평균 4531만 건, 295조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1.1%, 6.3% 늘었습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직후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5만 원권에 대한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기도 했지만 현금 사용을 꺼리는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폐 제조량이 2007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조폐공사의 경영실적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지폐 제조 분야에서 사상 최대인 27억2000만 원의 적자를 냈다고 합니다.
홍수영 경제부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