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수 상반기 10조펑크 비상
경제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재정절벽의 고비를 넘기는 대신 서비스산업 육성 같은 중장기 대책에 정책의 방점을 둬야 세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한다.
○ 올 세수부족액 20조 원 이를 수도
정부는 이런 세수 부족 문제가 경기 부진이라는 일시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종전에는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줄면 세수가 2조 원 감소한다는 ‘공식’이 먹혔는데 지금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미래 세수를 추정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는 최근 여덟 분기 연속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관세 분야의 올해 1∼5월 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일례로 올해 1∼5월 SK이노베이션의 법인세 규모는 5000억 원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줄었다. 현대중공업의 법인세도 작년 1∼5월에는 1조1000억 원이 넘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4000억 원대에 그쳤다.
또 경기 부진이 최근 1, 2년 만의 현상이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진 현상인데도 올해 법인세 징수가 특히 부진한 원인에 주목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부터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이 22%에서 20%로 낮아지면서 세수가 대폭 줄었다고 분석했다. 한번 내린 세율을 다시 올리지 못하는 데다 기업 실적도 금방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법인세 수입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유무역협정(FTA)이 늘어나면서 관세 수입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점도 세수가 부족해진 이유 중 하나다. 특히 부동산 관련 세금의 징수율도 30%대에 머물고 있는데, 이 분야는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국면에 빠져든 시장상황이 개선되지 않고선 부진한 세수의 흐름을 돌리기 어렵다고 본다.
○ “추경은 최후의 카드”
일각에서는 4월에 실시한 1차 추경에 이어 하반기 2차 추경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부족한 세수를 빨리 조달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경 재원을 마련하려면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러면 시장금리가 올라 대출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국민생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에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숨겨진 세원을 추적하고 성실납세를 독려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경제를 살려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많이 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금 세수에 구멍이 크게 난 상황이긴 하지만 당장 추진할 수 있는 대책이 많지 않다”며 “경기활성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유재동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