쩡판즈, ‘자화상’, 2009년.
쩡판즈는 홀로 고독 속에 침잠해 치열하게 자신을 탐구하겠다는 각오를 자화상을 통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손에 붓을 들고 우리를 바라보는 남자는 작가 자신인 쩡판즈다. 눈빛언어로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고, 붉은색을 즐겨 사용하고, 인체의 비례가 맞지 않는 등 이 자화상에는 쩡판즈 화풍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물감이 묻은 붓에서 난데없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예술은 연기처럼 허무하고 붙잡을 수 없는 것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창작에너지를 표현한 걸까? 우주와 합일하고 싶은 갈망을 나타낸 걸까? 해석은 감상자의 몫이겠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와 의지다.
아직도 종교에 헌신하는 성직자와 같은 예술가를 소망하는 작가들이 존재한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