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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머먼 사건은… 백인 자율방범대원, 흑인소년과 몸싸움끝 총격

입력 | 2013-07-16 03:00:00

정당방위 주장할 만한 위급상황이었나가 쟁점




비가 내리던 2012년 2월 26일 오후 7시 9분경.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은 부친의 약혼자가 거주하는 미국 플로리다 주 샌퍼드의 한 주택가를 걸어가고 있었다. 부친은 약혼자 집에 있었다. 그는 후드티를 입고 손에는 세븐일레븐에서 구입한 음료와 스키틀스를 들고 있었다.

이 주택가는 게이트를 두고 여러 집이 모여 사는 타운하우스. 이곳에 거주하는 조지 지머먼은 경찰의 허락을 받고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지머먼은 차를 타고 동네를 순찰 중이었다. 그는 낯선 흑인 소년이 집을 기웃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고 911에 신고전화를 걸었다. 경찰 조서에 따르면 그는 “(소년이) 뭔가 나쁜 짓을 할 것처럼 보인다. 마약 등을 한 것 같다”고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기다리라고 했지만 지머먼은 차에서 내려 그를 따라갔다. 마틴의 여자친구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마틴과 통화 중이었는데 ‘무엇 때문에 (누군가가) 날 따라오지?’라고 했다”며 “이어 ‘넌 이곳에 왜 돌아다니느냐’는 남성의 소리가 들린 뒤 전화가 끊어졌다”고 밝혔다.

마틴과 지머먼은 몸싸움을 벌였다. 이를 목격한 주민이 오후 7시 16분경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전화 녹음내용에 따르면 ‘도와 달라’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 뒤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1분 뒤 경찰이 도착했고 7시 30분경 마틴이 숨진 것을 확인하고 지머먼을 연행했다. 당시 코피를 흘리던 지머먼의 머리 뒷부분에는 찢어진 상처 두 곳이 있었다. 지머먼은 “마틴이 나를 먼저 공격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가 없었고 그는 5시간 뒤에 풀려났다. 하지만 흑인사회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특별검사로 지명된 앤절라 코리 검사가 한 달 반 뒤인 4월 11일 지머먼을 2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사건의 쟁점은 지머먼이 정당방위를 주장할 만큼 숨진 마틴이 위협적인 행동을 했는지이다. 주민 신고전화에서 흘러나왔던 ‘도와 달라’는 음성이 누구 것이냐를 두고 재판에서 첨예한 공방이 벌어졌다. 음성분석가들은 마틴의 음성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지만 재판에서는 큰 효력이 없었다. 또 지머먼의 변호인단이 정당방위 근거로 제시한 ‘자기방어법(Stand your ground law)’도 도마에 올랐다. 자신이 위협을 느낄 만한 충분한 판단이 들 때 자기방어에 나서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내용의 법이다.

백인 5명, 히스패닉 1명 등 6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린 것도 이 법에 근거한 것이다. 지머먼이 정당방위를 행사한 것으로 판단했고, 법원은 배심원단 평결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플로리다 주 법원의 판결로 사건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과 별도로 법무부가 사건을 계속 조사 중이어서 연방법원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또 숨진 소년의 가족은 별도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