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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피플]강용석 “일베, 절 버리지 마세요…대통령 하고 싶다”

입력 | 2013-07-16 10:57:00

●비호감 정치인에서 예능 블루칩으로 거듭나…정치선배들이 부러워해
●정치 칩거 중 드라마 작가들에게 '기사회생 비법' 조언 구해
●방송 수입, 변호사 시절보다 낫다…"출연료, 박수홍 급?"





강용석 변호사. 사진=동아 DB

최근 방송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논란과 관련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홍역을 치른 강용석 변호사(44).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 장소인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카페에 나타났다. 아나운서 모욕 발언 파문 등 몇 번의 고비 끝에 기사회생한 내공이 느껴졌다.

강용석 변호사는 지난 4일 한 종편 방송에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관련해 "회의록 전문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18대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정문헌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과했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마땅히 사퇴해야 한다"고 옛 동료들을 향해 날선 비판도 했다.

다음날 온라인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보수 논객들은 그를 거칠게 비난했고, 강용석 팬클럽은 그의 사진을 내리고 서해교전 전사자 영정사진을 올렸다. 디시인사이드에는 "강용석 약 빨았나요?"라는 타이틀 문구가 떴고, 국회의원 선거 당시 펀드 모금에도 앞장선 보수 성향 '일간 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누리꾼들은 '기회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반대 진영에서는 "강용석은 머리가 좋다"라며 그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강용석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고도 했다.

강용석을 만난 이유는 그의 발언 의도 때문이다. 뼛속 깊이 보수주의자라고 자처했던 그는 그간 보수 여론을 앞장서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정치판을 떠난 후에도 TV시사 토크쇼에서 보수 편에 서서 소견을 피력해왔다. 갑자기 노선을 바꾼 것일까.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무슨 의도로 그런 발언을 했나? 똑똑한 강용석이 중도층에 어필하려고 철저하게 계산된 발언을 했다는 시각이 많다.
"(웃음) 의도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무리 좌파라고 해도 영토주권까지 포기했을까 하는 의심이 있다. 발언 전체를 보면 굉장히 저자세인 건 맞다. 임기가 5개월밖에 안 남은 상태에서 북한에 숙이고 들어간 거라서. 회의록 전체 취지로 봤을 때 'NLL 포기다, 아니다'를 놓고 본다면 '포기라고 까진 볼 수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이 굉장히 저자세인 데다 의문이 가는 구석이 많이 있긴 하다."

-강 변호사의 팬이던 일부 보수 누리꾼들은 "강용석이 뒤통수 시전(始展)했다(뒤통수를 쳤다는 뜻)"며 기사마다 분노의 댓글을 달았다. 봤나?
"글 제목만 봐도 가슴이 시큰하다. 기대가 커서 그런 것 같긴 한데, 기대를 안 버리셔도 된다. 제가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 팬클럽에는 겁나서 못 들어갔다. 블로그에도 댓글 수백 개 달렸던데…. 보면 못 견딘다. 안 보는 게 낫다. '일베 분들, 성급하게 절 버리지 마세요. 제가 어디 가겠나요?' 하하 아직 버릴 땐 아닌데."

-얼마 전에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과거 여러 차례 비판했던 안철수 의원과 통화했다.
"몰랐다. 대본에 없었는데, 깜짝 놀랐다. 갑자기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이 전화기를 꺼내더니 전화를 걸더라. 전화기를 건네받고 안 의원과 그냥 인사만 했다. NLL 발언도 있었는데 희희덕거리면 난리 날까 봐. 감당이 안 된다. 벌써 '용석이가 철수에게 가려나보다' 그런 댓글도 많던데. 하하"

서울대 법대,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그는 참여연대 소액주주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잘 나가던' 그의 인생은 2010년 대학생들과 술자리에서 던진 아나운서 모욕 발언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아나운서들에게 고발당하고 한나라당에서 제명된 것. 국회의원 제명안까지 상정됐지만, '30일 국회출석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무소속이 된 그는 참여연대 시절부터 잘 알던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해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진보 측 인사인 조국 서울대 교수, 안철수 의원도 '저격'했다. 그러다가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강 변호사는 방송으로 눈을 돌렸다. Mnet '슈퍼스타K'에 도전하거나,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 집착남으로 TV에 얼굴을 내밀었다. 'SNL코리아'에도 출연했다. 결국 그의 끼를 알아본 PD들의 추천으로 종편과 tvN에서 MC자리를 꿰찼다. '롤러코스터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시사 예능 블루칩이란 호평이 쏟아진다. 변호사 할 때와 현재 중 어느 쪽의 벌이가 더 좋은가.
"요즘은 비슷한데 조금 있으면 방송 소득이 더 높아질 것이다.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하나 더 있다. 거기선 더 많이 받기로 했다. 출연료 등급으로 보면, 박수홍 급은 받는 것 같다. 대신 시청률이 안 나오면 바로 잘리겠지."

-아나운서 모욕 사건을 보도한 신문 계열 종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신문의 '저격'으로 떨어졌다가 그쪽 종편에서 되살아나다니, 운명의 아이러니다.
"저도 그게 운명의 아이러니라고 본다. 방송계는 무조건 시청률이니까 시청률이 나오는 사람을 기용한다. 아는 선배들이 그러는데 '그 신문이 병 주고 약 준다'고 한다. 하하."

-강 변호사의 행보가 워낙 극적이어서 그런지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인다'는 시각도 있다. 박원순 서울 시장과도 참여연대시절 친했는데, 아들 병역 의혹 제기로 강 변호사는 아나운서 모욕 파문에서 벗어났고, 박 시장도 아들 의혹이 해소돼 서로 '윈윈'했다는 얘기도 있더라.
"안다. 그 외에도 별 얘기가 다 있다. 이러다가 나와 관련해 논문이 나오게 생겼다. 상황이 변할수록 '이 모든 게 강용석의 시나리오'라는 얘기가 많다. 아나운서 발언조차도 계획된 것이라는데 그게 어떻게 계획된 게 될 수 있겠나? 괴로웠다. 박 시장 아들 건은 아직도 의문이 많다."

-'정치 방학' 1년 간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쓴 시나리오를 유명 드라마 작가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들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작가도 기획자도 만나고 여러 사람 만났다.(시나리오를 쓴 것은 아니라고.) 정치권에서는 조언을 구해봤자 '봉사 활동하라'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드라마 작가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작가들이 특별한 조언을 한 게 아니라, 그런 얘기를 하더라. '지금 16부작 중에 4부 내지는 3부 왔다고 생각해라. 앞으로 16부를 풀어가야 한다. 드라마 작가로서도 써보고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 극적이다. 갑자기 빵 떨어졌는데 그것도 재밌다. 이제 어떻게 회복을 해나가야 할지 생각해봐라.' 사실 그때는 내가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지진 않았을 때였다. 2011년 국회의원 제명안(아나운서 성희롱 관련)이 올라갈 거로 생각 안 했는데 이게 차곡차곡 올라가더라. YS(김영삼 전 대통령)이후로 처음으로 제명안이 올라갔다. 제명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난 다음 이제 다시 무언가 해도 되겠다 싶었다. 그때 보궐 선거판이 벌어지면서 격변이 시작됐다. 그때 서울시장 후보로 박원순 씨가 나왔다. 내가 너무 잘 아는 사람이 나와서 '이건 신이 주신 기회다' 싶었다."

-박원순 시장과는 왜 틀어지게 됐나?
"하버드 유학 갔다 오니까 이 양반이 아름다운 재단을 차려놓고 재벌들에게 기부금을 받더라. 바로 전까지만 해도 기업지배구조 바꾸라며 저 같은 사람 시켜서 소송까지 하더니. 갑자기 변한 것이다. 황당하더라. 이건 재주는 누가 넘고 돈은 누가 먹는 거지."

-박원순, 안철수 저격수로 나섰지만 결국 19대 국회 입성은 실패했다.
"국회의원 떨어진 사람은 국회 쪽도 안 쳐다본다 했는데, 제가 19대 국회에 아무 관심도 없다. 일반 국민은 대부분 초선 의원을 모른다. 그나마 대형사고 치고 인상 남긴 사람만 기억에 남지. 18대 초선 중에서 내가 제일 유명한 거 아닌가?"

-정치인은 연예인과 비슷하다고 했던가. 대중의 관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옛날부터 하는 얘기다. 대중의 관심이 고픈 게 보통 연예인 아니면 스포츠인 아니면 정치인인데,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건 정치 밖에 없다. 최근 방송 나가니까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한다. 얼마 전 안대희 선배하고 전직 의원 몇 명이 모여 밥을 먹는데, 안 선배조차도 부러워했다. 방송 잘했다고 생각한 게 채널A '쾌도난마'에 박희태 의장이 나와 '앞으로 방송하는 게 희망'이라고 하더라. 국회의장까지 한 분도 소망이 방송이라니…."

강용석 변호사는 부유한 집안 출신은 아니다. 마포구 대흥동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살았고,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고 3때 장학퀴즈에 나가서 월 장원을 한 일, 그가 29세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경제범으로 13~14년간 교도소에 있던 일 등은 그의 인터뷰에선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어린 시절 어렵게 자랐다고 들었다. '개룡남'(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의 대표로 불리는데.
"그걸 또 해야 하느냐? 너무 앵벌이 같아서 자꾸 얘기하기가. 물어보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특히 저희 집사람과 어머니가 너무 싫어한다. 어머니는 '나 죽고 하라고, 너 하나 때문에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야 겠느냐'고 하신다."

-강 변호사를 일본 하시모토 토오루 유신회 공동대표와 비교해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가난한 집 아들에 미디어가 만든 호감형 변호사, 정치인으로 변신, 망언 등 비슷한 행보 때문인 것 같다.
"그 양반은 방송으로 떠서 정치인 된 다음 망언한 거고. 나는 그 반대지. (웃음) 그런데 방송의 힘이 대단한 게 고이즈미가 5년 반을 총리를 했는데 그 비결이 매일 TV에 나왔다는 것이다. 많이 보여지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얼마 전 안대희 선배가 방송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줄이라고 했는데 그건 안 선배가 방송을 잘 몰라서 그런 거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단기 목표는 시청률 15%다. 왜냐면 '무한도전'이 15%를 한다고 하니까. 장기적으로는 대통령을 해보고 싶다. 통일 대통령이다. 사업가가 다 재벌 한번 하려고 하는 것처럼 정치를 하려고 한 사람 중에 의원 한번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을 하면 내가 생각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강 변호사에게 정치보다는 방송이 더 적성에 맞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강 변호사의 바람대로 방송으로 구축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가 대중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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