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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춘천 주택가 침수 원인 ‘약사천 하수관’ 논란

입력 | 2013-07-17 03:00:00

효자1동-운교동 30여채 물에 잠겨… 14일 집중호우로 하수관 빗물 역류
주민들 “이런 물난리 처음… 人災”
춘천시 “짧은 시간 폭우 쏟아진 탓”




14일 오전에 쏟아진 폭우로 강으로 변해 버린 강원 춘천시 춘천우체국 뒤편 주택가. 한 누리꾼이 찍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사진 출처 트위터

지난 주말 폭우가 할퀴고 간 강원 춘천시 춘천우체국 뒤편의 효자1동과 운교동 주민들은 16일에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이날 오후부터 다시 장맛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14일 집중호우로 이 지역은 물바다가 됐다. 당시 어른 허리춤까지 물이 차면서 도로 양쪽의 집과 상점 30여 채가 침수됐다.

주민들은 침수 원인으로 약사천 복원 과정에서 진행된 하수관 공사를 꼽았다. 이 지역은 올해 5월 복원 개통된 약사천 상류 지역으로 공교롭게 약사천 개통 이후 첫 장마에서 침수 피해를 겪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민들은 “예전에도 집중호우가 자주 있었지만 지금 같은 물난리는 처음”이라며 인재(人災)를 주장하고 있다.

○ “파이프 설치로 하수관 단면적 줄어”

14일 오전 8시경 시간당 5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자 이 지역 도로는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 하수관이 빗물을 제대로 흘려 보내지 못하면서 배수구 위로 물이 솟구쳤고 역류 현상이 발생했다. 수압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려 떠내려가기도 했다. 집과 상점마다 순식간에 흙탕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특히 일요일 오전이라 문을 열지 않은 상점 주인들은 방어할 틈조차 없었다.

이곳에서 인쇄업을 하는 신혜영 씨(54·여)는 “물난리 소식을 듣고 나와 보니 벌써 가게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며 “인쇄기계와 복사기가 물에 잠겨 버려야 할 판이어서 살길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올 초 준공된 하수관 공사가 역류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골목길 지하엔 가로 1.5m 세로 2m, 가로 3m 세로 2.5m의 하수관이 묻혀 있는데 하수관 한쪽에 약사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파이프가 설치되면서 물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하수관 안에는 소양취수장에서 약사천으로 물을 공급하기 위한 300mm 파이프 2개와 약사천 저류지인 바우연못과 약사천을 연결하는 150mm 파이프 1개가 설치됐다. 기존 하수관 안에 파이프 3개가 들어서면서 하수관의 내부 단면적이 줄어 예전에 비해 배수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또 도로 포장을 하면서 기존 배수구 상당수를 막았고 오수 유입을 막기 위해 약사천에 설치한 오수방지턱 높이가 너무 높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춘천시 “파이프 있어도 배수에 문제 없어”

춘천시는 침수 당일 시간당 52.5mm의 집중호우가 내렸기 때문이라며 인재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수관 안에 파이프가 들어가 있어도 배수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박순무 춘천시 도시정비1담당은 “이번 침수 원인은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현 단계에서 인재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주민은 “이 마을에서 30년을 살았고 그동안 비도 많이 내렸지만 이렇게 심하게 침수된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춘천기상대에 따르면 춘천지역에서 시간당 강우량이 가장 많았던 때는 1988년 7월 13일로 62mm였고, 2010년 9월 10일에도 1시간에 59.5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약사천 하류의 춘천경찰서 뒤편 주택가도 침수 피해를 겪었다. 이곳은 공지천과 만나는 지점으로 약사천의 제방 일부 구간을 통해 물이 범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14일 오전 8시 반경 도로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8시 50분경 제방의 일부 낮은 구간으로 물이 넘치면서 침수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