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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도 DMZ 관광도시 관심… “올초까지 南기업에 개발 타진”

입력 | 2013-07-17 03:00:00

[통일로 가는 길… DMZ 세계평화공원]<下>공원 둘러싼 남북 속내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북측의 군사분계선 지역도 함께 개발하는 기본적인 구상 외에 북한이 동의하지 않아 남측 비무장지대에만 공원을 건립하려 해도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북한은 정전협정에 따라 DMZ를 관리하고 있는 군사정전위원회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초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밝힌 뒤 북한은 일단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민족 원한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에 외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건 민족이 겪고 있는 비극을 자랑거리처럼 선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 DMZ 개발의 경제적 효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 북한 내 DMZ 개발 긍정적인 움직임 감지

북한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생태평화공원 구상에도 시큰둥했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보면 노 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 평화생태공원, 이런 것을 통해서 중무기를 철수하고 자연자원도 보호하면서 남북이 협력하면 큰 수입이 생긴다”고 제안했지만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에서 DMZ를 개발해 관광도시로 만드는 데 꽤 관심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통한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DMZ 공원 개발에 2000년대 초반부터 관심을 가져왔다”며 “개성공단 정상화가 일단 급하기 때문에 북한이 당장은 호응하기 쉽지 않지만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되면 DMZ 개발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우리 민간기업에 DMZ 생태환경공원을 개발하는 사업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며 “북한도 외자 유치를 위한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2005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CNN 창립자 테드 터너 터너재단 이사장이 북한 고위급 인사들에게 DMZ의 생태보전과 평화적 이용에 관해 많은 제안을 했고 북한 측도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공단 사업과 마찬가지로 세계평화공원도 군사분계선이 뚫리는 것에 반감이 큰 북한 군부와 경제 발전 및 외자 유치에 관심이 많은 북한 내각 사이에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결단이 중요하다. 중국과 유엔의 적극적인 설득이 절실한 이유다.

○ 남북한의 다른 속내

북한을 세계평화공원에 참여하도록 유인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역시 돈이다. 공원 개발이 시작되면 북한 측 DMZ 지역에 다양한 개발 인프라와 시설이 깔리고 외자도 들어오게 돼 북한 경제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평화공원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남과 북이 각각 5 대 5로 나눌 수도 있다.

다만 안보 측면에서 세계평화공원은 북한으로선 전쟁의 안전판인 동시에 개혁 개방 물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당장 북한이 유엔을 비롯해 전 세계가 참여하는 세계평화공원 구상에 대해 개성공단 국제화를 반대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외세 개입’ 운운하며 반발하는 것은 후자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우리나라 DMZ 지역에 유엔과 함께 공원을 구성할 경우 북한이 침공에 더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북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 관광 수입을 안겨다주는 것이 간접적으로 북한이 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세계평화공원 구상은 남북 경협보다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의 의미가 강하다”며 “평화공원이 개발되더라도 북한 비핵화는 반드시 이뤄야 할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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