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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라 곳간 위험하다]稅收 없는 복지 확대는 미래의 재앙

입력 | 2013-07-18 03:00:00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소득 상위 20∼30%를 제외한 나머지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초연금 도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행복위는 소득 하위 80% 노인에게 월 2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방안, 70%에게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는 방안, 70%에게 공적연금 수급액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노동자 대표가 서명을 거부해 국민적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정부는 이 방안을 토대로 8월 말까지 정부안을 만들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약 위반이라며 반발하지만 하위 80%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해도 재정 고갈은 시간문제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매년 연금액이 올라감에 따라 80%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더라도 내년에만 8조 원이 필요하고 2020년에는 연간 21조 원, 2040년에는 129조 원이 투입돼야 한다. 공적연금 수급액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채택해도 2020년에 15조 원이 필요하다. 결국 젊은층이 부담할 돈이어서 세대 갈등이 우려된다.

영유아 보육료와 양육수당 등 무상보육에 들어가는 예산이 부족해 올 하반기에 보육대란이 일어날 조짐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0∼5세 무상보육에 드는 1조4000억 원 가운데 50%를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지방부담분 중 80%도 국가가 부담한다고 밝혔으나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국고 부담을 더 늘리라고 요구해 갈등을 빚고 있다. 무상보육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충돌은 정치권이 무상보육 확대에만 급급했지, 소요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해지고, 아동학대 저질급식 등 보육의 질은 떨어져 보육 수요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무상급식 확대 정책의 부작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교육 예산은 한정돼 있어 한쪽을 늘려주면 다른 쪽은 줄일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에 돈이 더 들어가니 많은 학교가 화장실이 고장 나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에어컨 가동을 줄여 찜통으로 바뀐 교실에서 학생들이 더위와 씨름하고 있다. 급식은 맛이 없어 거의 다 남기고 집에 와서 밥을 다시 먹는다는 학생들의 하소연을 정치권은 과연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사회는 고령화와 양극화라는 두 가지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노인과 빈곤층을 위한 어느 정도의 복지 확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는 말이 있듯 세수(稅收)가 있어야 복지도 확대할 수 있다. 돈 들어올 곳을 생각하지 않는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