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실 회의는 공식 경제장관회의와 달리 비공개였고 현안과 관련되는 각료만 참석했다. 그러나 주요 정책을 여기에서 조율한 뒤 공식 회의에 넘겼기 때문에 무게감은 더 컸다. 특히 1964∼1967년 재임한 장기영, 1969∼1972년 재임한 김학렬 부총리는 이 회의를 통해 장관들을 휘어잡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많은 일화를 남겼다. 1986년 기획원이 정부과천청사로 옮긴 뒤 부총리 집무실의 의자는 자주색으로, 양탄자는 회색으로 바뀌었지만 ‘경제정책의 산실(産室)’이란 상징성 때문에 계속 녹실 회의로 불렸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멤버로 추가된 ‘청와대 서별관 회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녹실 회의는 사라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어제 정부서울청사 18층 간이집무실에서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이 참여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현 부총리는 앞으로 경제장관회의와 별도로 현안이 있는 장관들과 수시로 만나 경제팀 내 조정과 소통 역할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현 부총리의 공식집무실은 세종청사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녹실 회의는 주로 서울청사 간이집무실 등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