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와 가족, 경비원에겐 남쪽 체제의 우월성과 북 선전의 거짓 깨우치는 전시장3통 보장과 국제화로 中 선전 특구같이 발전시켜야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한반도의 중북부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북한이 금강산댐 방류계획을 사전에 알렸다. 연평도를 향해 기습적으로 뻥뻥 포를 쏘아대던 북이 사전에 댐 방류를 알린 것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보나마나 북한에선 엄청난 물난리가 났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신문방송이 “한 세기 만의 물난리”라고 부르는 자연재해가 연례행사처럼 발생한다. 북과 남에 비슷한 수량의 폭우가 쏟아지지만 언제나 피해가 큰 쪽은 북한이다. 남쪽은 장마가 그치고 나면 채소 값이 오르는 정도다. 계단식으로 개간한 논밭이 많은 북한에 큰비가 오면 농작물을 휩쓸고 가버리고 흘러내린 토사가 강바닥을 높인다. 해가 갈수록 홍수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홍수가 났던 해는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도 홍수 뒤에 일어났다.
북한 지배계층에겐 물난리와 식량 부족은 일반 주민이 겪는 것만큼 큰 고통이 아니다. 지배세력의 숨통을 죄는 것은 달러 부족이다. 북한 외교관들이 1월 항생제 세픽심을 식자재와 음료수로 속여 수입해 현지 제약업체에 팔려다 적발됐다. 적발된 세픽심은 무게가 700kg으로 12만 달러어치나 된다. 1980년대 말부터 소련과 동유럽권이 몰락하면서 북한은 시혜적인 무역이 막혀 심각한 외화부족을 겪기 시작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이용한 담배와 술장사, 마약밀매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범죄적 사업은 북한 정부의 이미지만 손상시키고 큰 돈벌이가 되지 않았다. 남쪽에서 돈이 들어가기 시작한 2000년 초반부터는 북한의 해외 밀거래가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이번에 파키스탄에서 말썽이 난 것을 보면 외화 사정이 다시 절박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근로자는 물론이고 군인과 경비원들에게 북한의 공식매체가 남쪽에 대해 보도하는 것이 전부 거짓임을 실물로 보여준다. 북한에서 유일한 시장경제의 전시장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김일성대에 교환학생으로 공부한 경력이 있는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북한문제 전문가다. 그는 최근 영문 저서 ‘The Real North Korea’(진짜 북한)에서 “김정일이 개성공단을 허용한 것은 최대의 실수”라고 규정했다.
개성공단 근로자는 5만3000명이고 그 가족까지 합하면 20만 명에 이른다. 이에 비해 하루에 입산료를 100달러씩 내는 금강산 관광은 고도로 훈련받은 제한된 수십 명의 북한 인력과 접촉하는 데 그쳤다. 북한은 남한 관광객과 접촉하는 북한 주민의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강산지구에 조선족 인력을 보냈을 정도다. 금강산 관광객을 실은 버스는 펜스가 쳐진 도로를 따라서만 움직여야 하고 주민과의 만남은 완벽하게 차단됐다.
북이 재발방지 약속을 하더라도 그 약속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재발방지 약속보다 중요한 것이 개성공단의 국제화다. 2009년 키리졸브 군사훈련을 비난하며 북한이 통행을 차단했을 때 개성공단에는 중국인 5명과 호주인 1명이 있었다. 오후 3시경 북측에 이를 알리자 그 느려터진 북한체제에서 오후 5시 반경 통행을 허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개성공단에 세계적 자본과 기술 인력이 들어와 경쟁력을 갖추면 북으로서도 지금의 임금 따먹는 수준을 뛰어넘는 돈벌이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에도 이익이다. 개성공단은 1단계 100만 평에 현재 123개 기업이 들어가 3분의 1만 채워졌다. 개성공단이 국제화해 3단계까지 확장하면 2000만 평이 개발된다. 3통(통신 통행 통관)이 풀리고 남측 인력의 신변안전이 보장되면 개성공단이 중국의 선전이나 베트남의 딴뚜언 특구같이 될 수 있다.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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