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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국제콩쿠르 입상 열매 따먹곤 해외 음악계와 교류 전무… 한국 왕따될 것”

입력 | 2013-07-18 03:00:00


한국에 전통 깊고 명성 높은 가야금 콩쿠르가 있다. 언젠가부터 금발에 푸른 눈의 참가자가 몰려들더니 빼어난 기량을 뽐냈다. 한국인들은 깜짝 놀랐다. 우리 전통음악이 이방인의 손끝에서 울려 퍼진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신기했다. 경연에 참가한 외국인을 격려하고 상도 듬뿍 줬다. 하지만 상을 받고 나면 그뿐이었다. 이후로 소식이 뚝 끊어졌다가 다음 콩쿠르 땐 또 다른 금발에 푸른 눈들이 우르르 몰려와 상을 휩쓸어갔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최근 유수의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을 바라보는 세계 음악계의 시선을 거꾸로 빗대서 한 이야기다. 김 교수는 5월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피아노)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퀸엘리자베스는 음악가들에겐 꿈의 무대, 첫손에 꼽히는 경연이다. 그는 “이번 콩쿠르가 끝난 뒤 남은 키워드는 ‘한국은 왕따’였다”고 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는 한국인이 남녀 성악 우승, 피아노 2·3위, 바이올린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퀸엘리자베스(바이올린)에서도 한국인이 3위에 올랐지만, 유독 올해엔 큰 콩쿠르에서 낭보가 전해지지 않는다. 올해 퀸엘리자베스 결선 진출자 12명 중에도 한국인 1명이 있었지만 순위에 들지 못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이 결선 무대에 오르자 심사위원들 사이에 냉기가 흘렀다”고 전했다.

왜 그랬을까. 한 심사위원은 김 교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과 중국은 자주 가 봤는데 한국은 한 번도 못 가봤습니다. 한국에도 산이 있습니까?” 그가 한국에 산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하는 질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국이란 나라를 모르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세계 음악계와 소통하지 않는 한국인을 에둘러 지적한 얘기일 거라고 김 교수는 생각한다.

한국의 음악 영재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세계무대로 뻗어가기 위해 국제콩쿠르 입상이 반드시 필요한 ‘스펙’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해외 음악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한국인들은 콩쿠르 입상 뒤엔 찾아보기가 어렵다. 연속성 있게 활동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 버린다”고 지적한다.

클래식 인구가 급성장하는 거대시장 중국, 오래전부터 해외 음악계와 활발하게 교류하는 일본 사이에서 달콤한 열매만 쟁취하기에 급급한 한국이 세계 음악계에서 얄미운 존재가 돼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인적 네트워크 구축, 내실 있는 교류라는 기본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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