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잭 더 리퍼’ 주연 맡은 ‘부활’ 보컬 정동하
‘잭 더 리퍼’로 세 번째 뮤지컬 무대에 오른 정동하는 “어릴 때부터 외톨이로 지내서 형성이 덜 됐던 자아가 연기를 통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동하(33)는 그런 점에서 괜찮은 선택이다. 신장 178cm에 쭉쭉 시원하게 뻗은 팔다리. 록그룹 ‘부활’의 보컬인 그는 지난해 11월 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지금도 깨지지 않은 최고기록 438점을 내 스타로 떠올랐다. ‘잭 더 리퍼’와 다음 주 ‘불후의 명곡’ 김현식 편 녹화 준비로 여념 없는 정동하를 16일 오후 만났다.
―원래 배우 할 생각이 있었나.
“부활 레퍼토리엔 슬픈 노래가 많다. 그런데 자꾸 ‘이따 뭐 먹지’ 하면서 부르게 되더라. 슬프지 않은데 슬픔을 표현하는 건 청중을 속이는 게 아닌가, 고민이 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나 하나만 속이면 다 해결되겠구나’ 싶었다. 나 자신을 속이고 싶어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
―뮤지컬 데뷔는 부활 보컬 선배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네 번째 보컬이었던 김재희 선배가 리더 (김)태원 형의 허락을 받아줬다. 지난해 5월 ‘롤리폴리’가 첫 무대였다. 콘서트도 행복하지만 뮤지컬은 커다란 기계의 일부로 변신하는 쾌감이 있다. 혼자 농구하다가 함께 게임 뛰는 기분이랄까. 기회가 닿으면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에 도전하고 싶다.”
“콘서트에서는 소리를 아름답게 내는 방법에만 골몰했다. 뮤지컬에서 중요한 건 대사 전달이다. 콘서트 하면서 뮤지컬 생소리가 튀어나올 때가 가끔 있긴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이너스가 아니다. 형들은 다 칭찬해준다. 표현이 깊어졌다고.”
―주인공 다니엘은 감정과 성격 변화 폭이 큰 캐릭터다. 본인 스타일과 다를 것 같은데….
“살아오면서 크게 폭발하듯 화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감정을 극단까지 토해내는 배역이라 한번 공연하면 진이 다 빠진다. 난 어렸을 때부터 늘 외톨이었다. 초등학교 때 전학을 6번, 이사는 40번쯤 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빚쟁이한테 쫓긴 건 아니었다. 하하. 당연히 친구가 없었다. 아버지 방에서 혼자 두꺼운 백과사전을 읽으면서 놀았다. 그러다 보니 2005년 부활 활동 초기에는 ‘인터뷰 불가’ 인물이었다. 밥 먹었느냐는 질문에도 대답을 못했다.”
―그런 성격으로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나.
―뮤지컬과 밴드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고등학교 때 음악만 하겠다고 책을 아예 덮었다. 진짜 후회한다.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뭐든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절실한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하나를 잘하려고 다른 걸 다 포기할 필요는 없다. 공부 아예 안 한다고 꼭 음악 잘하는 것도 아니잖나. 몸이 힘들어도 양쪽 모두에서 내 최선을 뽑아낼 거다. 즐겁게.”
―연기력 논란도 있다.
“미용실 거울을 보며 가끔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이상한데, 미용사는 괜찮아 보인다 생각하겠지.’ 이상하다는 말의 의미가 뭘까. 시야를 넓히면 더 잘 살아가는 사람, 정말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9월 29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6만∼12만 원. 02-764-7857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