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에이전트 연기하려고 16㎏ 감량제 캐릭터는 슬리퍼 신고 동네 돌아다니는 친숙한 배우
성동일은 “‘아빠! 어디가?’가 아닌 ‘동물의 왕국’을 찍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친해져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성동일(46)에게 영화 ‘미스터 고’(17일 개봉)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런 영화는 처음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보이지 않는 3차원(3D) 고릴라(링링)와 호흡을 맞춰야 했고, 말이 안 통하는 중국 소녀 쉬자오(웨이웨이)와 대사를 주고받아야 했다. 게다가 영화의 소재인 야구에는 흥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미스터 고’를 선택한 이유는 김용화 감독에 대한 ‘무한신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성동일’이라는 배우를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시나리오를 받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죠.”
김 감독과 성동일은 ‘미녀는 괴로워’와 ‘국가대표’에서 흥행 대박을 터뜨린 바 있다. 이번 영화가 세 번째 호흡이다.
성동일이 맡은 역할은 철저하게 돈을 따라 움직이는 야구 에이전트(성충수)다. 하지만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연기자에게도 실체가 없는 상대 배우는 큰 어려움이었다.
“고릴라의 동선을 좇아 시선을 움직여야 했어요. 상대가 없이 혼자 연기하려니 제가 ‘미친놈’ 같은 거예요. 그 대신 배운 것도 많아요. 늘 저만 생각했는데 상대 배우의 말과 동작을 계산하며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도움이 많이 됐죠.”
성동일은 이번 작품을 위해 무려 16kg을 감량했다. 그는 “지적이고 세련된 에이전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땀복을 입고 열심히 운동장을 돌았다”고 말했다.
또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캐릭터 분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영화 홍보로 바쁜 성동일은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첫째 아들과 출연해 ‘친구 같은 아빠’로 호감을 얻고 있다. 길거리에서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많아졌다.
“감사하죠. 많은 분이 친숙하게 다가와 주니까요. 덕분에 살림살이도 나아졌고….하하하!”
또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배우가 아닌 ‘인간 성동일’의 삶을 보여주기도 했다. 늘 밝은 이미지에 가려 있던 그의 가슴 아픈 가정사가 공개됐다.
“1년 전부터 섭외가 들어왔어요. ‘한 번쯤 밝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답답했던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았거든요. 삶에 여유가 생기니 힘들었던 이야기도 꺼내지더라고요. 좋았습니다.”
“너무 나선다 싶으면 스스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본업인 연기에 충실하며 시청자들에게 좋은 배우로 남고 싶을 뿐입니다. 폼 잡는 배우보다 슬리퍼를 신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친숙한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또 좋은 남편, 멋진 아빠로 살아야겠지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