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영석 PD. 사진제공|CJ E&M
■ 요즘 뜨는 예능 ‘꽃보다 할배’ PD가 전하는 현장이야기
“인기예감? 전혀, 불안감만 있었죠”
KBS 2TV ‘1박2일’을 ‘국민예능’의 반열에 올려놓고 자리를 떠난 지 1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전작이 화려했기에 부담감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것보다 새 직장이 원하는 임무를 해내야 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회의를 반복해 ‘꽃보다 할배’를 내놓았다. 나이 지긋한 네 명의 배우들과 젊은 이서진의 조합. 신선을 넘어 파격이었다. 좌충우돌 네 ‘할배’의 모습에 시청자는 매료됐다. 케이블채널 사상 최초로 4%를 넘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조마조마했다. 젊은 층이 주로 보는 TV에 어르신이 주역으로 나온다는 데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시청자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것을 원한다. 재미가 전부가 아닌 어르신들의 연륜이 드러난 부분에서 신선하다는 평을 받은 것 같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이 잘 되든 안 되든 어르신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드려야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그래서 이서진을 투입했다. ‘할배’들끼리 여행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어르신만 갔다면 위기상황이 더 많아 방송을 보는 재미는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보면 어느 순간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자신들을 챙겨주는 이서진에 의지하면서 어르신들은 다른 것 없이 진짜 여행하는 기분으로 즐기시길 바랐다.”
그는 “다행히 젊은 짐꾼(이서진)이 있어서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고 있다”고 웃으며 현장에선 “우리 아버지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길을 잘 못 찾고, 잘 모르니 맛없는 음식을 주문하고 누구 혼자만 앞서 걸어가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는 자신들의 아버지를 본다.
나영석 PD는 그렇게 시청자와 공감하며 “인생 마지막 추억”을 쌓고 있는 노년의 여행객들에게 촉촉한 눈망울의 미소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