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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 찜질하던 한대화 뻥! 그리고 그들은 남남이 됐다

입력 | 2013-07-19 07:00:00


■ 잊을 수 없는 역대 올스타전 진풍경들…“진짜 그런일이?”

올스타전은 프로야구의 축제다. 선수들도, 팬들도, 치열한 페넌트레이스의 승부를 잠시 잊고 진정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무대다. 그러다보니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발생한다. 때로는 기상천외한 일도 벌어진다.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치러진 31차례의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해프닝들을 모아봤다.

화상입은 한대화 타순잊고 얼음찜질…서군 코치 김응룡 폭발

● 올스타전에서 발길질?

1993년 사직구장. 선수들끼리 웃고 떠들며 평화롭기만 하던 덕아웃에 갑자기 찬바람이 몰아쳤다. 당시 서군 김응룡 3루코치(해태 감독)가 덕아웃으로 달려와 한대화(해태)에게 발길질을 한 것. 이 장면은 TV 중계화면에도 고스란히 잡혔다. 한대화는 당시 뜨겁게 달궈진 사직구장 인조잔디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하다 오른손에 화상을 입어 덕아웃에서 얼음찜질을 하다 자신의 타순이 돌아온 것도 잊고 대기타석에 나서지 않았다. 김응룡 감독은 화가 난 나머지 공수교대 시간에 덕아웃으로 달려와 “정신 차려”라며 발길질을 했다. 이 사건(?)은 ‘코끼리’와 ‘해결사’가 결별한 단초가 됐다. 한대화는 다음날 팀훈련에 불참했고, 그해 말 결국 LG로 트레이드됐다.

이광환·김성근·강병철감독 등 올스타전때 경질

● 감독들의 무덤? ‘올스타전 괴담’


한때 ‘올스타전 괴담’이라는 게 있었다. 올스타 휴식기에 성적이 부진한 팀이 감독을 경질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이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1996년 LG 이광환 감독, 1998년 한화 강병철 감독, 1999년 쌍방울 김성근 감독이 올스타전 괴담의 희생양이 됐다. 특히 1998년 한화는 올스타전 당일에, 경기 시작 30분 전 서군 3루코치로 나가기로 돼 있던 강병철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하면서 축제를 초상집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듬해인 1999년 쌍방울은 전년도의 사례를 거울삼아 올스타전이 끝나자마자 김성근 감독에게 해임을 통보하는 배려(?)를 했다.

이종범, 장나라 시구 강타 얼굴 맞힐 뻔

● 시구도 타격한다?


2002년 문학구장. 시구자는 ‘국민 여동생’으로 인기를 끌던 장나라였다. 그런데 시구가 서군 1번타자 이종범(KIA)의 등 뒤로 날아갔다. 보통 시구는 한번으로 끝나지만, 이날 사회를 맡은 이창명은 장나라에게 다시 시구를 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이종범이 이 공을 강타하면서 공이 장나라의 얼굴 옆으로 날아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종범은 “올스타전이라 팬 서비스 차원에서 시구를 쳐봤다”고 해명했다.

은퇴무대 장종훈 9회말 2사후 대타 긴급 투입 “휴∼”

● 올스타전 은퇴식 하마터면…


‘전설의 홈런왕’ 장종훈(한화)은 2005년 6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장종훈이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문학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특별초청선수로 초대해 공식 은퇴무대를 마련했다. 서군이 5-6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 그런데 여기서 포수 조인성(LG)이 그대로 타석에 들어서 초구 볼을 골랐다. 이때 서군 김재박 감독(현대)이 타임을 부르고 장종훈을 대타로 투입했다. 장종훈이 특별초청선수로 초대됐기 때문에 올스타전 출전선수 명단에 없었던 걸 그제야 알게 된 것. 장종훈은 정재훈(두산)의 2구째를 공략해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 경기가 종료됐다. 장종훈은 후배들의 뜨거운 헹가래를 받았다. 만약 조인성이 초구를 공략해 경기가 끝났더라면. 장종훈은 타석에도 들어서보지 못한 채 올스타전을 마칠 뻔했다.

이택근 장내홈런에 박노준 해설 “인사이드파크 호텔”폭소

● 올스타전에서 웬 호텔?


2007년 사직구장. 서군 이택근(현대)은 0-1로 뒤진 5회 1사 3루서 권혁(삼성)을 상대로 오른쪽으로 총알 같은 우전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이때 조명탑의 불빛에 공을 잃어버린 우익수 박한이(삼성)가 주저앉았고, 타구는 펜스까지 굴러갔다. 이택근은 동군 수비진의 중계플레이가 이뤄지는 사이 김재박 3루코치(LG 감독)의 ‘스톱’ 신호에도 불구하고 홈까지 내달려 포수 강민호(롯데)의 태그를 피해 슬라이딩하며 살았다. 올스타전 최초의 장내홈런(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었다. 이택근은 경기 후 “페넌트레이스라면 3루코치의 말을 들었겠지만, 올스타전이라 재미로 뛰어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당시 올스타전을 중계한 박노준 해설위원은 흥분한 목소리로 “인사이드파크 호텔이에요!”라고 소리를 쳐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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