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회의록 행방불명]■ “盧정부 제출 목록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없다” 증언 파장
핵심자료 빠진 채 국회로 18일 오후 국가기록원 직원들이 국회가 요구한 기록물들을 국회 운영위 소위원회실 금고에 넣고 있다. 이날 국회에 전달된 자료는 총 10박스 분량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제외한 사전준비, 남북국방장관 회담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회의록은 대체 어디에?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 가운데 비밀보다 더 엄격하게 최대한 30년까지 열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서는 해당 행정관→비서관→수석비서관회의→비서실장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재가함으로써 지정기록물이 됐다. 노무현 정부는 지정기록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나열한 지정기록물 목록을 만들어 기록원에 이관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인사들은 당시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을 통해 정상회담 회의록이 보고됐고, 이지원의 모든 전자문서 자료가 기록원에 넘겨졌기 때문에 회의록도 당연히 기록원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과 김경수 전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 이창우 전 1부속실 행정관도 “회의록은 2007년 12월 이지원을 통해 대통령께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회의록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지정기록물로 처리됐고 기록관리비서관실을 거쳐 기록원으로 이관됐다는 것이다.
회의록이 사실상 기록원에 넘겨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폐기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인사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노 전 대통령의 회의록 폐기 지시설(說)은 지난해 10월 한 언론이 옛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상)회담록은 국가정보원 원본과 청와대 사본 등으로 두 군데에서 동시에 보관해 오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인 2007년 말∼2008년 초 폐기를 지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임기 말에 회담록이 전량 폐기됐다”고 보도하며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즉각 “그런 주장은 참여정부의 문서결재 시스템, 문서관리 시스템을 전혀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대화록일지 회담록일지 또는 회의록일지 문서의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것 역시 이지원으로 보고되고 결재됐기 때문에 (시스템상) 그 부분만 폐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하며 잦아들었다. 옛 여권 인사가 누군지 실체가 밝혀지지 않아 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던 데 비해 문 의원의 해명은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8일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지만 일부 강경파는 벌써부터 “친노 세력 전체가 역사 왜곡과 사초(史草) 폐기에 대한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세에 나설 태세다.
:: 이지원(e-知園) ::
‘전자 지식정원’이란 의미로 노무현 정부 때 만든 인터넷 통합관리 업무시스템. 기존의 온라인 보고 체계나 전자게시판을 업그레이드해 문서의 생성부터 결재 후 기록까지 전 단계의 처리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방식. 이 과정을 거친 문서들은 자동으로 이지원에 저장된다고 한다.
민동용·최창봉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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