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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짝퉁 캠프에 학생 목숨 맡길 수 없다

입력 | 2013-07-20 03:00:00


충남 태안군 안면도 해수욕장에서 해병대 훈련을 모방한 극기 훈련 캠프에 참가했던 공주대사범대부설고 남학생 5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학생들이 90명씩 2개조로 래프팅 훈련을 받던 중 구명조끼를 훈련조에 벗어준 휴식조가 교관의 지시에 따라 물놀이를 하러 바다에 들어갔다가 파도에 휩쓸렸다. 당시 휴식조의 교관은 2명뿐이고 인솔교사는 없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이 낳은 부끄러운 사고다.

사고를 낸 캠프는 ‘해병대 리더십교육센터’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해병대와는 무관한 곳이다. 극기 훈련이 인기를 얻자 한 곳뿐인 진짜 해병대 캠프를 모방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짝퉁 해병대 캠프 중 하나다. 이런 캠프들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체험활동 인증이라는 것을 내주기는 하지만 추천할 만한 곳이라는 의미밖에 없다. 지난해 7월에는 무인도 체험을 갔던 경남 김해의 대안학교 학생 2명도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여름방학이 시작됐는데 자녀를 캠프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최근 청소년 캠프 사고가 잇따르자 학교에 인증 체험캠프를 이용하도록 당부해 왔다. 사고를 낸 태안의 캠프는 지난해 10월 등록을 마친 신생 업체로 인증은 받지 못했다. 교육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미(未)인증 업체를 선정한 학교 측도 책임이 크다.

사고가 난 곳은 물살이 세서 노를 이용한 보트훈련만 할 수 있고 수영은 할 수 없는 곳이다. 지역 주민은 평소 그곳에서 캠프 훈련을 하는 것을 걱정했다는데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태안해양경찰도 제 역할을 못했다.

청소년 캠프의 일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어느 미등록 국토순례 행사 운영자는 2005년과 지난해 참가 학생들을 폭행 또는 성추행해 물의를 빚고도 올해 다시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어른들이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더욱 안타깝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경찰은 난립한 캠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더이상 생때같은 자식을 부모 가슴에 묻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