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방귀마을/미하엘 조바 글, 그림/전재민 옮김/28쪽·1만1000원/어린이나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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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둥이 산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용이 살았다. 용은 고양이도 잠든 늦여름 깊은 밤에 동네로 내려왔다. 밭과 마당에서 잘 익은 과일과 채소를 양껏 먹고는 자신의 동굴로 돌아가 쿨쿨 잠을 자며 먹은 걸 소화시켰다. 자는 동안 배 속에 가스가 생겼다. 용은 몇 달 동안이나 방귀를 뀌어댔고 마을은 지독한 냄새 구름으로 덮여갔다.
왕이 용을 성으로 데리고 갔고, 용은 먹고 뀌고를 반복했다. 그 냄새에 여인들은 창문을 모조리 닫았고 보초병들은 집게로 코를 막고 일했다. 먹을 것이 사라지자 용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세월이 흐른 뒤 어느 영웅이 용을 무찔렀다는 이야기만 남았다.
독일 베를린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미하엘 조바(68)의 밝고 화사한 색감의 그림이 사랑스럽다. 달밤에 연못에 뛰어든 용과 보랏빛 감도는 연기, 망연자실한 여인과 코를 막은 보초병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아련하게 다가온다. 조바의 작품은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에도 등장했다. 아멜리에(오드리 토투)의 방, 침대 머리맡에 그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