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청백리의 질박한 인생담… 부패에 치떠는 민초들에게 큰 울림
우관정(吳官正) 전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잡문집 ‘한래필담(閑來筆潭)에 들어간 삽화. 올해부터 그림을 배웠다는 저자가 색연필로 직접 그린 새와 곤충 꽃 호랑이 개 원숭이 등 40여 점의 삽화 중 하나다.
중국의 대형 인터넷서점 당당왕(當當網)에 7월 중순 현재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뽑힌 잡문집 ‘한래필담(閑來筆潭)’에 쓰인 꿈에 관한 대목이다. 저자는 2002∼2007년 공산당 집단지도체제의 정점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맡았던 우관정(吳官正·75)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공산당의 원로인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지 않는다. 삶의 희로애락과 여러 편린을 담담하면서 솔직하게 풀어낼 뿐이다. 꿈 이야기의 뒷부분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이틀 전 꾼 꿈으로 괴롭다. 꿈속에서 불쌍한 어머니를 봤다. 아들로서 어머니를 위해 한 일이 없어 속상해 울었다. 꿈에서 깬 뒤에도 눈물로 눈이 흐릿했다.” 글 곳곳에는 이처럼 소박하고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이 묻어난다. 당당왕에 4100명이 넘는 이들이 추천 댓글을 남겼는데 질박한 내용에 속 싶은 심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많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없다. 하지만 많아야 대여섯 쪽, 짧게는 한두 쪽에 불과한 단문의 행간에서 엄격한 자기관리와 넓은 포용력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지독한 가난 속에 자랐지만 공직자로서 청렴을 지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퇴임 후인 2009년에 쓴 글에는 누나와 여동생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 미안함을 표현하며 앞으로 연금에서 일부분을 떼 도와주겠다는 뭉클한 다짐도 있다. 부정부패가 난무하는 중국의 현실에서 청백리의 꼿꼿한 삶이라 할 만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