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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꿈꾼다…왜?

입력 | 2013-07-20 05:37:00


사진제공=동아일보DB

'대한민국 국민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늘어나는 비정규직 세태를 풍자하면서 나온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대다수 비정규직은 연봉과 복지 혜택, 고용 안정 등을 이유로 정규직을 간절히 꿈꾸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정반대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더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 정규직이 주민의 홀대를 받으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가 보도했다.

북한에서는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기업소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 대표적인 정규직이다. 그런데 이것이 '허울만 좋은' 정규직이라는 것이다. 고된 노동에 시달려도 월급은 박봉인데다 북한 당국의 직접적인 통제와 감시를 받는다.

탈북자 이모 씨는 "북한의 정규직은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 기업소에 가서 한 달 일해서 받는 돈으로는 쌀 1kg도 사기 어렵다"면서 "당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으니 하루 종일 고된 노동과 조직적 통제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탈북자 최모 씨도 "일부 주민은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을 두고 '충성 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라고 이야기한다"면서 "북한에서 기업소만 믿고 다니면 굶어죽기 좋다"고 정규직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 대신 인기가 좋은 직업은 비정규직 장사꾼. 정규직보다 짭짤한 돈을 만질 수 있고 상대적으로 활동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일부 주민은 아침에 기업소에 가서 출근 도장만 찍고 장마당으로 향한다"면서 "그만큼 정규직의 이점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씨도 "심지어 사회적 지위가 높은 대학 교원조차도 오히려 장사가 낫다고 말한다. 교원조차도 이런데 북한 내 평범한 정규직의 환경은 얼마나 열악하겠냐"고 반문하면서 "비정규직인 장사꾼이 정규직보다 더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ju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