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못 믿겠다… 더 지켜봐야”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사진)이 2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8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국세청장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이 같은 발언은 “정부 재정이 어려워지자 국세청이 세수(稅收) 목표를 할당해 무차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재계의 걱정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CJ그룹에 이어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재계는 “다음 타깃은 누구냐”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국세청은 실제로 올해 세무조사 건수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상반기(1∼6월)에는 약 7000건의 세무조사를 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에 약 1600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올해 조사인력 400명을 채용한 것 역시 가짜 석유, 역외 탈세 등을 조사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한 것일 뿐 대기업 세무조사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수 부족이 9조 원이나 되는데 몇몇 대기업을 조사한다고 걷을 수 있는 세금이 얼마나 되느냐”며 “세무조사를 통해 걷을 수 있는 ‘노력세수’는 전체 세입의 3%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다. 세수 부족을 타개하고 ‘기업 길들이기’를 하기 위해 더 폭넓고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추 차관의 강연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투자 활성화를 독려하기 위한 ‘립서비스’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단체 한 고위관계자는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 등과의 조찬에서도 ‘법 집행과정에서 기업의 의욕을 꺾지 않도록 유념해달라’고 했지만 결과는 전방위적인 세무조사였다”며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귀포=박창규 기자·박용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