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은 달랐다. 관록은 패기 못지않게 빛났다.
21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뮤어필드(파71)에서 열린 제142회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에서는 베테랑들의 선전이 계속됐다. 마크 오메라(56)와 톰 레먼(54), 프레드 커플스(54·이상 미국)는 화려하진 않지만 관록의 플레이를 펼치며 투혼을 발휘했다. 또 마흔을 넘긴 앙헬 카브레라(44·아르헨티나)와 필 미켈슨(43·미국), 어니 엘스(43·남아공)은 상위권을 지키며 호시탐탐 우승을 노렸다. 반면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빌 하스(미국),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등은 컷 탈락해 일찍 짐을 쌌다.
베테랑들의 선전은 브리티시오픈에서 자주 목격된다. 2011년 우승자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와 2012년 우승자 어니 엘스(남아공)는 당시 42세였고,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은 1867년 우승한 톰 모리스로 당시 나이가 46세 99일이었다.
긴 러프는 무릎까지 차오른다. 벙커는 악마처럼 입을 벌리고 있고 딱딱한 그린과 종잡을 수 없는 바람까지 더해져 선수들을 괴롭힌다.
난코스를 공략하기 위해선 모든 샷을 잘해야 한다. 멀리 칠 수 있는 드로샷, 공을 빨리 세울 수 있는 페이드샷, 러프와 벙커에서 한번에 탈출할 수 있는 트러블샷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선수가 유리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와 경험, 그리고 끝까지 참고 견디는 인내가 필요하다.
전성기를 지난 베테랑들은 젊은 선수들만큼 멀리 치지도 못하고 다양한 샷을 구사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브리티시오픈에서는 그들이 가진 경험이 기술을 앞선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