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창희의 어깨를 활짝 펴고 삽시다
Q. 어깨가 아픈 뒤로 짜증만 내고 사람이 변했어요. 왜 그럴까요?
A. “어깨 좀 아픈 데 그렇게 힘든지. 짜증만 내고. 우리가 더 힘들어요” 많은 ‘어깨 병’ 환자들의 가족은 ‘짜증을 많이 내 우리가 더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렇게 팔도 못 올리는데 머리는 어떻게 감으셨어요?’ 했더니 집에 계시는 80세가 넘은 노모가 감겨 주셨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환자 본인이든 가족이든 병 자체 못지않게 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늘 웃던 아내가 짜증만 낸다고 못마땅하던 어르신께 “늘 웃으시려고 어깨가 저 지경이 되도록 참으신 거예요. 빨리 나아야 다시 웃으시지요.”라고 말씀을 드렸듯이 어깨질환 환자들은 참아온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미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그 통증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아줘야 합니다.
어깨통증의 강도는 증상과 진행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짐작보다 훨씬 아플 뿐만 아니라 매우 불편한 통증입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이 어깨를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아파도 쓸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통증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다보니 짜증이 나고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통계적으로도 어깨통증으로 우울증까지 경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어깨가 아프신 분들을 진료하다보면 어깨통증 그 자체로 받는 고통에다 아무도 몰라주는 야속함이 더해져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른 질환과 달리 병 취급을 받지 못해서 더욱 가족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니 더욱 안타까운 일이죠.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해도 반은 치료가 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좋은 치료는 주사나 약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 공감해주어 마음까지 개운하게 치료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여수백병원 원장·대한관절학회 정회원·저서 ‘어깨는 날개입니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