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회의록 행방불명]■ 盧청와대 임기말 이지원 자료 삭제기능 설치 왜?
2007년 7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가 작성한 ‘이지원 기록물보호체계 구축 사업계획서’에는 이지원 시스템에서 삭제 기능을 추가할 항목이 대거 포함됐다. 사진은 당시 청와대가 사업 예산을 산정하기 위해 만든 ‘준공기능점수 세부내역’ 가운데 삭제 항목이 추가된 부분. 삭제란에 ‘1’이라고 쓰인 항목에 삭제 기능이 추가됐다.
○ 어떤 항목 삭제할 수 있게 됐나
2007년 7월 청와대가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보낸 ‘이지원 기록물보호체계 구축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청와대는 “참여정부에서 생산된 기록물을 누락 없이 차기 청와대로 인수인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물보호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사업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또 “대통령기록물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원 내부 자료 가운데 ‘대통령 일정’ 분야의 ‘일지’ ‘주제’ 항목 등이 삭제 대상에 포함됐다. 또 업무편람 분야에서 ‘업무처리방법 지시사항’, 과제관리 분야에서 ‘과제관리체계 이력’ 등도 삭제 대상에 들어갔다. 온라인 보고 분야에서는 ‘시행경로 초기화’ 기능이 추가됐다. 이 밖에 정책품질관리 분야에서 ‘추진 내용’을, 업무자료 인수인계 분야에서도 ‘개인 간 인수인계서’와 ‘처리한 문서’ 등을 모두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총 53개 항목에 대한 삭제 및 초기화 기능이 추가됐다.
2008년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범래 전 새누리당 의원이 이런 의혹을 제기한 적이 있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2007년 4월부터 시행됐는데 노무현 정부 청와대가 이후에 문서를 삭제하는 기능을 도입한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기록물을 파기할 때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 규정을 어기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 삭제 기능 왜 도입했나?
노무현 정부가 이지원에 삭제 기능을 대거 추가한 이유도 주목된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 청와대에선 “기존 업무관리 시스템에 남아 있는 자료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당시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 들어와 인수인계 받은 것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위기대응 매뉴얼’ 책 한 권 정도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이 당선인 측에 인사파일 제공 의사를 타진했으나 거절했다”고 맞섰다.
SI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특정 인트라넷 사이트에 들어 있는 내용은 서버 관리권한을 이용해 삭제할 수 있지만 인트라넷 내부 삭제 기능을 도입하면 이를 통해 문서를 삭제하는 것은 더 쉽다”고 설명했다. 서버에서 지우는 것은 흔적이 강하게 남지만 인트라넷 내부에서 수시로 지울 수 있게 하면 이런 흔적도 가릴 수 있다는 취지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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