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이후 日 어디로]<上>우경화 전망과 한일관계 영향
아베 총리가 “강한 일본을 되찾겠다”며 본격적으로 우경화로 치달을 경우 그 시금석이 될 첫 무대는 다음 달 15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다. 아베 총리는 1차 정권(2006∼2007년)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데 대해 “통한스러울 뿐”이라고 말해 왔다. 올해 4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자 그는 “각료들에게는 어떠한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가 끝난 21일 밤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참배 여부에 대해서는 “외교 문제화 가능성이 있어 간다 안 간다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각료들의 참배에 대해 “각 각료의 신념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개헌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집단적 자위권 확보가 우선순위가 되겠지만 이도 간단치는 않다. 미국의 최근 기류 변화 때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바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동아시아의 ‘현상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일본이 영토와 과거사 문제로 한국,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분쟁 소지를 만들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과 외교 전문가 사이에서는 아베 총리가 당분간은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면서 과거사 문제와 군사대국화 과제를 둘러싸고 일본 내 우익세력과 한중 간에 줄타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일 관계는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아베 총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7일 일본 방송에 출연해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역사인식을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선거 후에도 역사인식에서 한국이나 중국과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선거 후 줄줄이 잡혀 있는 외교 일정에도 한국이나 중국과의 만남은 없다.
다만 양국 외교라인 간에는 최근 관계 회복을 위한 실무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9월 5,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따로 만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말에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