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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꾸는 정치인]차세대 리더십 키우는 송영길

입력 | 2013-07-22 03:00:00

더뎌도 정석대로 간다… “시장이든 대통령이든 두번은 해야”




송영길 인천시장은 시정 활동과 관련해 어려운 점을 묻자 “서울은 조금만 일해도 보도가 되는데, 인천은 실제 일한 것에 비해 홍보가 덜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송 시장의 말 속엔 뼈가 있어 보였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57), 송영길 인천시장(50), 안희정 충남도지사(48) 등 광역단체장 세 사람이 차기를 노리는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했다. 이 가운데 송 시장은 지난해 초 민주당에 입당한 박 시장과 달리 민주당에 뿌리가 깊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 지사와는 달리 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지 않는다.

사법, 입법, 행정이란 삼박자를 갖춘 것도 송 시장의 강점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과 최고위원(2008년 5월∼2010년 4월), 집권여당의 사무총장(2007년)과 수석정책위원회 부의장(2006년) 등을 두루 거쳤기 때문이다.

송 시장은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데 대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再選)부터 돼야 한다. 좀 먼 문제”라고 말했다. 송 시장과의 인터뷰는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1시간 반가량 진행됐다.

―재선 도전 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는데….

“시장이든, 대통령이든 한 번의 임기는 짧다고 본다. 지속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을 때(2000년)도 적응하는 데 2∼3년이 걸리더라. 대통령 임기도 5년 단임제로는 부족하다.”

―2010년 인천시장 당선 뒤 죽 실천하고 있는 공약이 있다면….

“외부에 공식 일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월급 100만 원 삭감 약속도 계속 지키고 있다. 월급 인상분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보내고 있다. 8년째 살던 전셋집이 팔려 오늘(19일) 이사를 했다. 전세금이 많이 올라 평수를 35평(115.5m²)에서 24평(79.2m²)으로 줄였다(송 시장은 청라지구에 있는 시장 관사에 입주하지 않고, 외부 손님을 접대하는 장소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청문회를 하면 부동산 문제는 나올 게 없겠지만 돈 없는 게 자랑도 아니고, 가장(家長)으로서는 문제가 많다(웃음).”

―국회의원 송영길과 인천시장 송영길을 비교한다면….

“시장은 최종 결재권자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훨씬 크다. 국회의원 시절을 반성하기도 했다. 국가 정치는 중요하지만 쓰레기 매립, 전기료 등 구체적인 생활정치에서 떨어져 있었더라.”

―인천시의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

“취임한 뒤 부도 걱정에 피가 마를 정도였다. 현재 인천시 부채가 9조6000억 원이다. (2010년) 취임하고 보니 전임 시장(안상수 전 시장) 시절 벌여 놓은 사업으로 인해 부채가 워낙 많았다. 가령 1조 원 이상이 투입된 검단신도시만 해도 하루 이자만 1억 원이더라. 검단신도시 2단계, 밀라노 프로젝트 등 타산성이 부족한 사업은 다 취소했는데도 부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전임 시장이 아시아경기를 유치하면서 출전 선수단에 항공료와 숙박비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대상자를 1만5000명에서 2000명으로 줄이느라 아주 힘들었다. 내년이 되면 부채가 감소세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LG-VENS, 하나금융지주,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코오롱글로벌 등을 유치했다. 중국 일본 등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어학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송 시장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 2005년과 올 2월 방송통신대 중문과와 일문과를 졸업했다. 러시아어도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하다. ‘세일즈를 위해서는 주변 국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외국어에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연세대 총학생회장(1984년)을 지낸 386운동권 출신인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 왔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시장이 되고 친기업적으로 변했다’고들 한다는데, 나는 예전부터 경제를 중시했다. 줄곧 한미 FTA를 지지해 왔다. 경제 중시 차원에서 카지노 유치, 호텔 신설 등에도 찬성한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 아니냐. 더구나 인천은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다.”

―민주당 당원으로서 민주당이 지지율 제고를 위해 보완해야 할 일은 뭐라고 보나.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여당일 때나 야당일 때나 같은 사안에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가 취약하다. 집 한 채가 전부인 50대도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 떨어진다’고 불안해하니까 우리가 지난해 대선에서 진 것 아니냐. 4% 성장률을 약속해 국민에게 ‘우리 아들딸이 시집 장가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동네축구 하듯 시민단체 식으로 몰려다녀서는 안 된다. 언론이 민주당을 취재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 친노니, 비노(비노무현)니 파벌의 분열상이 심각한 것도 문제다. 정치 개혁도 선도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것도 부족하다. 또 싸울 때는 쓸데없는 말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여당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정치를 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국민의 미래’를 강조하면서 한미 FTA를 추진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당이 된 뒤 지난해 대선 때까지 한미 FTA 폐기, 재협상을 외쳤다. 그러나 송 시장과 안 지사는 “FTA는 한국의 생존전략이자 돌파구”라며 반기를 들었다. ‘일관성’은 이런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왜 민주당은 친노-비노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나.

“노 전 대통령의 뜻과 가치를 계승하되, 의존하는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만 해도 문재인 의원이 노 전 대통령과 별도로 분리를 했어야 하는데, 스스로 속박된 측면이 있다. 민주당의 대북정책은 남북협력정책이다. 말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구체적인 남북경협의 틀을 제시해야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차기’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재선이 급하다(웃음). 대선에 나가려면 시대적 요구가 있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데 자가발전해서 되겠나.”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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