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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학생들 파도에 휩쓸릴때 교장-교사는 회식중”

입력 | 2013-07-22 03:00:00

운영위원들과 횟집서 저녁식사… 유족 파면요구 속 교장 직위해제




무릎 꿇은 선생님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 훈련 도중 사망한 학생 5명의 시신이 21일 공주장례식장으로 옮겨진 뒤 공주사대부고 교사가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공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사고 났을 당시 교장과 인솔교사들은 일부 학부모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안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공주사대부고 이상규 교장을 포함한 교사 6, 7명과 학교운영위원인 학부모 등 17명가량은 사고 당일인 18일 오후 6시 5분 저녁 식사를 위해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백사장해수욕장 H횟집에 도착했다. 학부모들은 붕장어구이와 가져온 1.5L 소곡주 2병을 식탁에 올려놨다. 붕장어를 연탄에 굽고 술을 한 잔씩 따라 건배를 마칠 무렵인 6시 23분경 일행 중의 한 교사가 전화로 사고 소식을 접했다. 이 교사는 이 교장에게 보고한 뒤 다른 교사 1명과 곧바로 식당을 뛰쳐나갔다. 이 교장과 나머지 교사 및 학부모들도 자리를 정리하고 뒤따라 일어났다. 해경이 식당 밖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이 시간은 6시 25분경이었다.

일부 유족은 교장과 교사들이 당시 술을 많이 마셨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해경 관계자는 “식당 안에 CCTV가 없어 명확히 확인은 안 되지만 식당을 드나든 시각과 참석자 및 식당 주인의 증언, 음식값 영수증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할 때 술을 많이 마실 시간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교사들이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 사고 소식도 모른 채 식사 자리를 가진 것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규 교장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으나 유족들은 교육 당국에 파면을 요구했다. 공주대는 일단 21일 이 교장을 직위해제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캠프 참여가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2학년 학생 199명 가운데 장애 학생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참여했다. 21일 오후 태안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 학교 2학년 학부모 A 씨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학교 단체 행사에 어떻게 빠지겠느냐”며 “학부모 희망신청서를 받긴 했지만 반강제적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사대부고는 2010년 일반고에서 자율학교로 바뀌었으며 학생의 90%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2010년까지는 충남지역 중학생만 선발했는데 전부 내신 3% 이내 성적우수자였다. 숨진 학생 5명의 분향소는 공주사대부고에 차려졌으며 장례식은 24일 서만철 공주대 총장을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학교장으로 치른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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