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원들과 횟집서 저녁식사… 유족 파면요구 속 교장 직위해제
무릎 꿇은 선생님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 훈련 도중 사망한 학생 5명의 시신이 21일 공주장례식장으로 옮겨진 뒤 공주사대부고 교사가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공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태안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공주사대부고 이상규 교장을 포함한 교사 6, 7명과 학교운영위원인 학부모 등 17명가량은 사고 당일인 18일 오후 6시 5분 저녁 식사를 위해 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백사장해수욕장 H횟집에 도착했다. 학부모들은 붕장어구이와 가져온 1.5L 소곡주 2병을 식탁에 올려놨다. 붕장어를 연탄에 굽고 술을 한 잔씩 따라 건배를 마칠 무렵인 6시 23분경 일행 중의 한 교사가 전화로 사고 소식을 접했다. 이 교사는 이 교장에게 보고한 뒤 다른 교사 1명과 곧바로 식당을 뛰쳐나갔다. 이 교장과 나머지 교사 및 학부모들도 자리를 정리하고 뒤따라 일어났다. 해경이 식당 밖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이 시간은 6시 25분경이었다.
일부 유족은 교장과 교사들이 당시 술을 많이 마셨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해경 관계자는 “식당 안에 CCTV가 없어 명확히 확인은 안 되지만 식당을 드나든 시각과 참석자 및 식당 주인의 증언, 음식값 영수증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할 때 술을 많이 마실 시간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교사들이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 사고 소식도 모른 채 식사 자리를 가진 것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들은 이번 캠프 참여가 반강제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2학년 학생 199명 가운데 장애 학생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참여했다. 21일 오후 태안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 학교 2학년 학부모 A 씨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학교 단체 행사에 어떻게 빠지겠느냐”며 “학부모 희망신청서를 받긴 했지만 반강제적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사대부고는 2010년 일반고에서 자율학교로 바뀌었으며 학생의 90%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2010년까지는 충남지역 중학생만 선발했는데 전부 내신 3% 이내 성적우수자였다. 숨진 학생 5명의 분향소는 공주사대부고에 차려졌으며 장례식은 24일 서만철 공주대 총장을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학교장으로 치른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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