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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이헌진]중국경제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입력 | 2013-07-22 03:00:00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중국 경제에 돌연 온통 빨간불이 켜진 듯하다. 외국 언론이 앞다퉈 우려를 쏟아낸다. 최근 중국 당국이 발표한 2분기 경제성장률 7.5%를 포함해 연속 5분기 7%대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중국이 성장 목표(7.5%)를 달성해도 23년 만에 가장 낮다. 모든 게 왕성하던 고속성장의 여름은 끝났고 쌀쌀한 가을이 왔다.

고통은 시작됐다. 올해 6월 말 쏟아져 나온 대학 졸업자는 약 699만 명으로 역사상 가장 많다. 중국 언론은 대졸자 취업률이 역사상 가장 낮다는 보도를 쏟아낸다. 2013년은 ‘최악의 취업난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금융 목줄을 죄면서 하반기부터 기업 도산 바람이 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올해 전체 기업의 25%가 적자 상태라는 보도도 있었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려올 태세다.

사회 안정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초 석탄 산지 산시(陝西) 성의 선무(神木) 현 정부청사 앞에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개혁개방 30여 년 이래 중국 곳곳에서 빈발해온 토지보상, 환경오염, 강제철거 등을 이유로 한 시위가 아니었다. 현(縣) 정부가 재정 감소로 무상 의료 및 교육을 철폐한다는 유언비어가 발단이었다. 복지를 줄일 경우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실업자가 늘고 소득증가세가 주춤한 데다 범죄율마저 높아지면 사회는 더욱 동요할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일리가 있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현재의 성장 둔화를 미리 예측했고 사실상 유도해 왔다는 점이다. 2011년 시작된 12차 5개년 계획은 2015년까지 연평균 7% 성장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1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2020년까지 전면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을 제시하며 국내총생산과 도시 및 농촌 주민의 1인당 평균소득을 2010년의 2배로 늘리자고 강조했다. 연평균 7.2%로 성장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중국 전문가들이 최근 경제지표를 두고 “합리적 범위 내에 있다”고 담담하게 대응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 성장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다고 못 박는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퍼부은 돈이 남아돌고 설비 과잉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비공식 통계지만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61(2010년)로 폭동이 일어날 수준이다. 수도 베이징(北京)의 스모그, 곳곳에서 발견되는 암 환자촌 등에서 보듯 심각한 환경오염, 국유기업의 전횡,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다양한 폐해 등 해묵은 숙제가 건강한 성장을 갉아먹고 있다. 현재는 성장에 힘쓰기보다 ‘선부론’(先富論·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부터 부유해지자)에 의해 30여 년 동안 일부만 향유해 온 개혁개방의 열매를 나눠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뚜렷하다.

고통은 항상 예상보다 아프다. 스스로 칼을 대야 하는 개혁이 계획대로 진행되기도 쉽지 않다. 재정이 튼튼히 버티고 있고 외환 보유액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한다 해도 경제가 공산당 마음대로 운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산당은 경제가 실패하면 공산당의 일당독재도 무너진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경제성장은 공산당 일당독재의 정당성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의회) 국정보고에서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는 “우리나라가 이룩한 모든 성과는 모두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토대로 이뤄졌다. 경제가 발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해낼 수 없다. 발전은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라고 역설했다. ‘모든’ ‘모두’ ‘아무 일도’ 등의 극단적 표현은 공산당이 느끼는 상황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공산당은 이런 상황 인식을 토대로 계속 선제적 대응을 해왔다. 성장률의 저하 등 중국 경제의 변화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