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창신동, 숭인동 일대가 3차 창신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뒤 우후죽순 들어섰던 중개업소들이 빠져나간 자리였다. 지난달 중순 이 뉴타운 지구가 서울 35개 뉴타운 가운데 처음으로 ‘통째로’ 해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유범 화성공인 대표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안 그래도 거래가 없었는데 뉴타운 개발마저 전면 취소되자 기대감을 안고 들어왔던 중개업소가 다 나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한때 10㎡짜리 빌라가 2억 원을 넘었는데 지금은 1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며 “강남 투자자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난다”고 귀띔했다.
○ 71개 구역 ‘없던 일로’, 8월 해제 더 늘 듯
뉴타운 사업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 ‘실패작’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시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지구 전체가 해제된 뉴타운이 처음 나온 데 이어 해제 절차를 밟는 구역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뉴타운·재개발 전체 571개 구역 가운데 308개 구역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업성 분석 및 주민 찬반투표를 통해 사업을 계속할지 말지 정하는 것이다. 이 중 현재까지 71개 구역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됐다. 41곳은 주민들의 자발적 요청으로, 30곳은 주민 투표로 해제됐다. 이르면 8월 말 추진위원회나 조합 등 추진 주체가 없는 사업 초기 구역의 실태조사가 완료될 예정이어서 해제 구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쓴 비용(매몰비용)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뉴타운을 둘러싼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부분적 개발 취소, ‘이 빠진 개발’
2003년 11월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강서구 방화뉴타운. 올 들어 진행한 주민 투표 결과 전체 9개 구역 가운데 4, 7구역이 해제로 결정됐다. 사업 추진이 빠른 9구역은 완전 철거됐고 6구역도 조합 설립을 앞둔 상황에서 2개 구역이 개발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강서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2곳을 제외한 전체적인 개발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0년이나 됐는데 변경 작업을 해야 돼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근 N공인 대표는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결과까지 나오니 방화뉴타운 내 주민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내다봤다.
6월 실태조사를 끝낸 강동구 천호뉴타운도 마찬가지. 전체 4개 구역 중 1곳이 해제됐다. 강동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한 곳이 빠지면서 중간에 이 빠진 모양이 됐고, 지구 전체가 연결되도록 계획한 도로 등 기반시설도 중간에 끊긴다”며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가 기반시설을 설치해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걱정했다. 김주현 로뎀공인 대표는 “아무것도 한 거 없이 10년을 끌고 왔는데 앞으로 5년 내 개발이 이뤄지겠느냐, 시장이 바뀌면 또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며 “이곳 집값은 2005년 3.3㎡당 1900만 원에서 지금 1300만 원대로 곤두박질쳤다”고 전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권승록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이지은 인턴기자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