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티시오픈 제패 ‘메이저 통산 5승’
4라운드 5언더파 66타 공동 9위서 역전
브리티시 3년 연속 ‘40대 우승자’ 진기록
우즈 3오버파 자멸…메이저 징크스 여전
19전20기. 그에겐 19번의 좌절이 있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20번의 도전. 그는 정상에 섰다. 영광은 더 달콤했다. 프로 데뷔 21년째인 필 미켈슨(43·미국)이 ‘클라렛 저그’(Claret Jug·브리티시오픈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1992년 데뷔한 미켈슨은 타이거 우즈와 함께 세계 남자골프 무대를 양분해 왔다. 그러나 통산 41번(브리티시오픈 이전까지)의 우승에도 불구하고 ‘2인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메이저 14승을 기록한 우즈에 비해 그의 메이저 성적표는 초라했다.
미켈슨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건 2004년 마스터스에서다. 이후 미켈슨은 마스터스 2회(2006, 2010년), PGA챔피언십(2005년) 우승을 추가하면서 메이저 통산 4승을 기록했다. 미켈슨은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5번째 우승과 함께 세계랭킹 2위(8.63점)로 뛰어올랐다. 1위 우즈(12.64점)와의 격차는 아직 크다. 그러나 존재감을 보여주기엔 충분한 경기였다.
● 3년 연속 40대 우승자 탄생
40대는 저무는 해가 아니라 석양을 붉게 물들인 찬란한 태양이었다. 2011년 대런 클라크(당시 43세·북아일랜드), 2012년 어니 엘스(당시 42세·남아공)에 이어 필 미켈슨(43)까지. 클라렛 저그의 주인공은 또 다시 40대 아저씨의 품에 안겼다.
10번홀에서 보기가 나왔다. 좋았던 흐름이 끊길 수 있는 위기였다. 그러나 미켈슨은 남은 8개 홀에서 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썼다. 특히 13번과 14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만들며 위기를 벗어났다.
미켈슨이 이날만 5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한 반면, 웨스트우드(4오버파)와 우즈(3오버파), 스콧(1오버파)은 모두 오버파로 무너졌다. 중요한 순간 퍼트가 빗나갔고, 위기에서는 크게 흔들렸다. 실력보다 집중력이 떨어진 결과였다.
미켈슨은 경기가 끝난 뒤 “이제야 바람 속에서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 징크스 깨지 못한 우즈
2008년 US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 14승에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잭 니클라우스(메이저 18승)의 기록을 깨는 건 시간문제로 여겼다. 그러나 5년 간 우즈의 메이저 우승은 진전이 없다.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는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지만 무명이나 다름없는 양용은(41·KB금융그룹)에게 역전패를 허용하기도 했다.
브리티시오픈 최종 4라운드. 우즈는 선두 웨스트우드에 2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역전이 가능한 위치. 그러나 우즈는 14번의 메이저 우승 가운데 단 한 번도 역전 우승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징크스를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또 다시 물거품으로 끝났다.
올 시즌 남은 메이저 대회는 8월 8일 개막하는 PGA 챔피언십 하나뿐이다. 우즈가 올해 안으로 15번째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한국 선수 중에선 양용은이 공동 32위(9오버파 293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최경주(43·SK텔레콤)은 공동 44위(10오버파 294타),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은 공동 73위(15오버파 299타)로 대회를 마쳤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