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라대왕도 홀딱 반한 ‘팔등신 생선’
‘여름 농어는 바라만 봐도 약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다른 어류보다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여름철 별미 가운데 농어만큼 얘깃거리가 풍성한 생선이 있을까. 농어에 대해선 유난히 이야기와 속담, 별명이 많다. 한마디로 ‘스토리텔링 보고(寶庫)’다. 경남 통영에는 염라대왕이 농어회를 먹어보지 못한 사자(死者)를 ‘맛이나 보고 오라’며 이승으로 돌려보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흔히 계절별 대표 생선으로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를 꼽는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이 농어를 ‘7월의 제철 참살이 수산물’로 선정한 것도 그래서다.
○ 초여름 지방 함량 최고
어린 고기(치어)보다는 몸집이 큰 고기(성어)일수록 맛이 더 좋다. 길이가 40cm를 넘어야 농어라는 이름을 얻는다. 어린 농어는 깔따구(전남 순천)나 절떡이(전남 완도), 까지메기(부산 등 경상도) 등으로 불린다.
농어는 유선형의 길고 탄력 있는 몸매 덕에 ‘팔등신 생선’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회로 먹는 게 가장 좋다. 얇게 포를 뜨든, 도톰하게 썰든 농어회는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광주 일식 전문점 ‘가매’ 안유성 대표(40)는 “농어에는 철분 흡수를 돕는 비타민C가 적어 비타민C가 풍부한 무채 등 채소와 곁들이거나 레몬즙을 뿌려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농어 쓸개는 ‘바다의 웅담’이라고 불린다. 농어 쓸개로 담근 쓸개주는 좀처럼 취하지 않으며 과음한 다음 날 속풀이 술로 애용되고 있다. 한방에서는 농어를 오장을 튼튼하게 하는 대표 음식으로 꼽는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오장을 보(補)하고 장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