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개봉 ‘설국열차’
한국 감독과 제작진이 만들어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설국열차’. 167개국에 팔린 이 영화가 한국 영화의 세계 진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영화계의 눈이 쏠려 있다. 열차 뒤 칸 사람들에게 연설을 하는 메이슨(틸다 스윈턴). CJ E&M 제공
2014년 1월 지구온난화로 시름하던 인류. 기온을 낮추기 위해 대기 중에 냉각물질 CW-7을 살포한다. 하지만 기온이 너무 떨어져 빙하기가 찾아온다. 살아남은 모든 인류가 설국열차에 탑승한다. 17년이 흘러 2031년, 열차 칸은 철저하게 계급별로 나뉘어 있다. 기차 뒤 칸에서 단백질 블록 하나로 생명을 유지하는 헐벗은 사람들을 대표해 커티스(크리스 에번스)가 반란을 일으킨다. 열차의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를 구출해 문을 여는 게 급선무. 호사를 누리며 살아가는 기차 설계자 윌퍼드(에드 해리스)와 2인자 메이슨(틸다 스윈턴)을 비롯해 앞 칸 사람들이 저항한다.
22일 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이 영화를 Q&A 형식으로 소개한다.
A: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네 개를 주는 것으로 질문에 답하고 싶다. 처음엔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속 이야기가 지루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만큼 재밌다.
Q: 어떤 점이 그런가?
A: 캐릭터 구축과 미술의 승리다. 커티스, 남궁민수, 윌퍼드 등 다양한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 있다. 한쪽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른 한쪽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사투를 벌인다. 비껴갈 수 없는 좁은 공간, 열차에서 몸과 몸이 날것 그대로 부딪는 액션의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지속된다.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느꼈던 스릴 그대로다.
십수 년간 때가 켜켜이 쌓인 열차 뒤 칸의 분위기가 꽤나 실감나게 그려졌다. 앞 칸은 수족관, 나이트클럽 등 호화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차창 밖을 잠시 스쳐가는 빙하기 지구의 모습도 흥미롭다. 노아의 방주 같은 인류 최후의 안식처를 실감나게 그려낸 컴퓨터그래픽(CG)과 미술에 박수를 보낸다. 전체적인 질감이 할리우드 영화, ‘미제(美製)’ 느낌이 든다.
A: ‘빌리 엘리어트’(2000년)의 꼬마 주인공 제이미 벨, 2012년 ‘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탄 옥타비아 스펜서 등 출연진은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 특히 메이슨 역의 틸다 스윈턴이 돋보인다. 179cm의 큰 키에 지적인 이미지인 스윈턴은 이번에는 180도 변신했다. 여자 기숙사 노처녀 사감 같은 단발머리에 틀니와 커다란 안경을 낀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메이슨이 “너희는 뒤 칸, 우리는 앞 칸”이라며 일장 연설하는 장면을 놓치지 않기를. ‘에드워드 2세’로 1991년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답다. 송강호와 그의 딸 요나로 나오는 고아성도 개성 있는 연기를 했다.
Q: 한국 영화 역대 최다인 455억 원을 들였다. 값을 하는가?
A: 현재 상영 중인 ‘퍼시픽 림’은 제작비 1억8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들인 영화다. 이에 비하면 ‘설국열차’는 할리우드에서 중·소규모다. 하지만 독특한 색깔과 아이디어로 충분히 여러 나라 관객을 매료시킬 만하다. 적은 예산으로 이 정도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봉 감독의 꼼꼼한 콘티 덕분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체코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석 달도 안 걸려 촬영을 마쳤다.
Q: 약점은?
Q: 흥행 예상은?
A: 봉 감독은 작은 재미와 큰 메시지를 함께 담아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이 영화도 인류 구원의 보편적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소소한 재미가 많다. 국내에서는 1000만 관객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채널A 영상]“할리우드 영화 비켜” 토종의 반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