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열심히 했다, 많이 사랑해 달라…. 전혀 필요 없는 말입니다. 왜 대중의 애정을 말로 구걸하는지.”
4년 전 7월 오후였다. 인터뷰 중 그렇게 말하는 가수 윤상의 얼굴은 살짝 상기돼 있었다. 후배들이 TV에 출연해 흔히 입에 담는 인사말에 대한 의견이었다. “음악으로 사랑받지 못하면 도태되는 게 당연합니다. 말솜씨를 동원하는 음악은 반칙이에요.”
시장 못 보고 그릇과 빨래를 수북이 쌓아 둔 채 대학로 공연장에 앉아 3번째 주말을 보냈다. 분명 뮤지컬을 봤건만 집으로 돌아오는 귀와 마음이 헛헛했다. 심야 마트로 가는 차 안에서, 설거지하면서, 허겁지겁 허기 때우듯 좋아하는 음악을 뒤적여 들었다. 빨래를 다 널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며칠 전 만난 뮤지컬 업계 관계자의 타이름 비슷한 조언이 생각났다. “그 배우 노래가 별로라고 리뷰를 쓰겠다고요? 아유, 그만두세요. 신상 털리고 전화 빗발쳐 일도 제대로 못하게 될걸요. 공연업계 힘들어요. 열정적인 고정 관객들이 버텨 주는 시장이에요. 애정을 가져 주세요.”
세상에 자기 일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살아가기 위해서 누구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공평한 의무다. 갈채나 사랑을 받을 일이 아니다. 뮤지컬은 8할이 음악이다.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노래는 ‘열심히’만으론 안 된다. 무대에 올라 수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은 ‘감히 따라 할 엄두도 못 낼 만큼 잘’ 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갈채와 사랑이 당연해진다. 주말 공연 기행의 마무리는 연극 ‘콜라소녀’였다. 이야기는 은근하되 명료했고 연기는 어느 한 구석 흘려 놓치기 아깝다 싶을 정도로 담백하고 유연했다. 빵빵한 스피커나 화려한 커튼콜은 없었다. 차례로 무대 위에 걸어 나온 배우들은 그저 말없이 고개 숙여 관객에게 인사했다. 고마움을 담아 머리 위로 손을 들어 박수를 보냈다. 혼자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갈채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