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자 폭행 주동자 신원파악 주력… 현대차, 민노총 위원장 등 13명 고소
버스시위 참가했던 대학생 누리꾼 “어린 딸을 방패삼아 폭력… 큰 충격”
검찰과 경찰은 현대자동차 ‘희망버스’ 폭력사태와 관련해 22일 폭력시위 가담자를 전원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폭력시위에 검경이 신속하게 엄벌 방침을 천명한 것은 유사한 폭력시위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시위대의 채널A 카메라기자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엄벌키로 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 불법시위 확산 우려 원천차단 방침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전국 지방경찰청장과 화상 회의를 열고 향후 불법 시위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 청장은 “유성기업 사태 이후 2년 1개월간 대체로 유지되던 평화시위 기조가 이번 울산 현대차 시위에서 깨졌다. 시위대가 휘두른 죽봉에 한 경찰관의 치아가 3개나 부러지는 등 경찰관 11명이 부상했다”며 “이는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이자 공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주동자는 전원 구속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은 또 채널A 김현승 기자(35) 폭행사건 당시 영상에 나오는 폭행 주동자 인상착의를 토대로 신원을 확인 중이다. 서울 말씨를 쓰는 덩치 큰 40대 초반의 남성인 이 주동자는 김 기자가 촬영한 영상에 얼굴과 음성이 비교적 생생하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 희망버스 비난 글도 잇따라
현대차는 20일 밤의 폭력사태와 관련해 민노총 신승철 위원장과 현대차 박현제 비정규직 노조위원장 등 13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울산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폭력시위 적극 가담자를 추가 고소할 방침도 밝혔다. 82명이 부상한 현대차 직원 가운데 보안팀 이모 씨(55)는 죽봉에 얼굴을 맞아 22바늘을 꿰맸다. 엔진변속기 공장에 근무하는 빈모 과장(52)은 돌에 맞아 얼굴 골절과 안구 내부 출혈 등의 상처를 입어 치료받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한편 민노총과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홈페이지 등에는 희망버스 폭력사태에 대한 비판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서울의 대학생이라는 누리꾼(ID 대학생)은 “대기업 횡포로 힘들어하는 노동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촛불시위로 생각하고 친구 권유로 참가했다”며 “(시위대가) 깃발을 떼어낸 대나무로 펜스 맞은편의 현대차 직원들에게 마구 쑤시고 돌을 던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다른 참가자는 “어떤 아주머니는 자기 어린 딸을 그 폭력이 난무하는 길 한가운데 세워놓고 인간 방패로 막고 있었다”며 “도대체 희망버스라는 게 뭐하는 집단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전지성·조종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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