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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NC 관중 적으니 새 구장도 작게” 안행부의 근시안 행정

입력 | 2013-07-23 03:00:00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인구 및 현재 마산야구장 입장객 수 등을 고려해 새 구장 규모를 축소할 것.’

안전행정부는 이달 초 경남 창원시의 ‘프로야구 신규 야구장 건립 사업’에 대한 제2차 지방재정 투·융자심사 결과를 내놨다. 3월 1차 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결론은 ‘재검토’였다.

2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지방자치단체(시도)의 신규사업은 중앙정부(안행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2만5000석 규모의 창원 야구장 건립에는 지자체 예산 980억 원과 국고 300억 원 등 총 1280억 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연고 구단 NC는 “구장 규모 축소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대로라면 다음 달 열릴 최종 3차 심사에서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차일피일 미뤄지다 야구장 건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지자체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야구장 신축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안행부가 제시한 근거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22일 현재 8위 NC의 평균관중은 8471명이다. 대구 연고의 선두 삼성(7872명)이나 서울 연고의 3위 넥센(7632명)을 넘어선다. 대전 연고의 꼴찌 한화(6807명)보다는 25% 가까이 많다. 창원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도시 연고의 팀들을 관객 동원에서 앞서고 있다는 건 격려할 일이지 구장 축소의 근거로 내세울 게 아니다. 인구가 32만 명에 불과한 미국 세인트루이스 시 연고의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세인트루이스 연간 관중은 300만 명에 이른다.

창단 첫해에 NC보다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구단은 없었다. 프로야구의 메카인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두산(1985년까지는 대전 연고)이 31시즌을 치르는 동안 평균관중이 8471명에 못 미친 시즌은 17번이나 된다. 1982년 창단 멤버인 두산이 평균관중 8000명을 넘기는 데는 꼬박 11시즌이 걸렸다. KBO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은 못해줄망정 발목을 잡고 있다. 2만5000석을 2만 석 규모로 줄인다고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심사는 까다롭게 하는 게 맞다. 야구장은 한번 지으면 최소 수십 년을 사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당장 올해 관중과 연고지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야구장 규모를 축소하라는 것은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이고 안이한 행정이다. 지금의 프로야구 인기는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