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과 대립각… 12년만에 첫 지역구 당선자 배출■ 참의원 선거 의석수 6석→11석
공산당 돌풍 주역의 만세 삼창 도쿄 도에서 참의원 의원으로 당선된 기라 요시코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1일 만세를 부르고 있다. 와세다대 제1문학부를 졸업하고 인쇄회사에서 근무한 뒤 참의원 의원의 비서를 지낸 그는 정치 신인이지만 ‘공산당 돌풍’에 힘입어 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아사히신문 제공
21일 밤 일본 도쿄(東京) 시부야(澁谷) 구의 기라 요시코(吉良佳子·30·여) 공산당 참의원 후보 사무실에서 만세 삼창이 울려 퍼졌다. 5명의 참의원 의원을 뽑는 도쿄 도 선거구에서 정치 신인 기라 씨의 당선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그의 당선은 공산당 내에서도 큰 의미가 더해졌다. 공산당은 2001년 이후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해 정당별 득표율을 따지는 비례대표 덕분에 가까스로 참의원 의석을 유지해 왔다. 그런 공산당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구 당선자를 낸 것이다. 일본유신회가 기반을 둔 오사카(大阪) 시에서도 다쓰미 고타로(辰巳孝太郞·36) 공산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산당 참의원 의석은 기존 6석에서 11석으로 늘었다. 지난달 도쿄 도 지방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의석을 2배 이상(8→17석)으로 확보한 공산당이 전국 선거에서도 의석을 거의 2배로 늘린 것이다.
10석을 넘긴 의석수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당 대표가 총리를 상대로 일대일 토론을 하는 당수 토론을 할 수 있다. 11석 이상이면 법안을 제출하는 의안제안권도 가질 수 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21일 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민당이 다수 의석을 갖는 데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자민당과) 당당히 대결할 수 있는 공산당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공산당의 돌풍은 ‘자민-공산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전략을 확실하게 밀어붙인 덕분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자민당과 대립각을 세우지 못해 생긴 빈자리를 공산당이 꿰찬 것이다. 공산당은 아베노믹스, 원전, 헌법 개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정책에서 일일이 자민당과 맞붙었다.
시이 위원장은 참의원 선거 중 “아베노믹스에 국민의 소득을 늘리는 화살은 없다.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독화살일 뿐이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국민의 뇌리에 자민당의 대척점으로 공산당이 자리 잡은 셈이다.
역사 인식으로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에 반대한다. 또 전통적으로 한일 관계를 중시했다. 가사이 아키라(笠井亮) 공산당 의원 등은 2011년 조선왕실의궤의 한국 반환을 주도하기도 했다.
반면에 1996년 창당 이래 최악의 의석수인 17석 확보에 그친 민주당은 당 해체 수준의 위기에 몰렸다.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31곳의 1인 선거구(지역구)에서 모두 패배한 것은 물론이고 5명을 뽑는 도쿄 도에서 한 자리도 건지지 못했다. 제2당의 몰락은 일본의 전통적인 양대 정당 구도를 무너뜨리고 자민당 독주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