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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춘천 주택가 침수 원인 공방 가열

입력 | 2013-07-24 03:00:00

市 “기습폭우로 배수시설 제기능 못해”… 주민들 “약사천 복원후 물흐름 막혀”




집중호우로 발생한 강원 춘천시 도심 주택가 침수 원인에 대한 공방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춘천시는 춘천우체국 뒤편 효자1동, 운교동 주택가 침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짧은 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진 데다 기존 배수시설이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23일 밝혔다. 즉 침수의 주된 원인은 자연재해 탓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춘천시는 토목공학과 교수와 수자원기술사 등 전문가 4명에게 조사를 의뢰한 결과 14일 오전 8시경 30분 동안 47mm의 비가 내려 현재 배수시설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기존 배수시설은 시간당 30mm 정도의 빗물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됐지만 이번에는 이를 훨씬 웃도는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시는 기존 하수관에 병목 구간이 있다는 점도 침수의 원인임을 인정했다. 침수 지역에는 3×2m, 1.5×2m 크기의 2개 하수관이 설치돼 있지만 아래쪽에는 3.5×2m의 하수관만 설치돼 있다. 하수관이 넓은 지점은 초당 33t의 물을 흘려보낼 수 있지만 아래쪽 하수관은 초당 배수 용량이 21t에 불과해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

그러나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예전에도 비가 많이 내렸지만 이번처럼 침수 피해를 당한 적은 없었다며 올 5월 개통된 약사천 공사 탓이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 약사천 복원 이후 첫 장마에서 약사천 상류 지역이 침수됐기 때문이다. 김봉옥 수해비상대책위원장은 “약사천 복원과 오·우수관 분류 사업 과정에서 물의 흐름을 막는 요인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는데 시는 자연재해로만 몰고 있다”며 “주민의 아픔을 보듬기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말했다.

춘천시민연대도 22일 성명을 통해 수해 원인 철저 규명과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도심 한복판에서 침수가 발생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원인과 대책을 결론짓는 것은 졸속행정”이라며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춘천시는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수해 예방을 위해 약사천 복원 3단계 사업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침수 지역인 별당막국수 앞부터 봉의초교까지 약사천을 복원하면 배수용량이 확대돼 침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광준 춘천시장은 “호우 피해로 시민 여러분을 놀라게 해 드린 데 대해 사과한다.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