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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좋은 슬로건 나쁜 슬로건

입력 | 2013-07-24 03:00:00


지난해 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출장을 갔을 때다. 휴대전화에 문제가 생겨 통신회사 AT&T 대리점을 찾았다. 그곳에서 LG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한 노부부를 만났다. 노부부는 기자를 보더니 LG 로고를 가리키면서 “Life is good!”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LG 브랜드의 뜻을 LG전자의 슬로건인 ‘Life’s good’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럭키와 ㈜금성사가 합쳐진 ‘럭키금성(Lucky Goldstar)’에서 머리글자를 따 1995년 LG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Life is good’에서 따온 것으로 알고 있다니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기업 슬로건으로는 성공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어제 발간된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브랜드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30대 기업과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슬로건을 평가했다. 1위는 GS칼텍스의 ‘I am your energy’. 간결하고 쉬운 단어로 소비자가 자신과 제품을 동일시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위는 LG전자의 ‘Life’s good’. 생활의 편리함과 삶의 행복이라는 가치를 LG 이니셜로 간결하게 풀었다는 것. 3위는 삼성생명의 ‘사람, 사랑 그리고 삼성생명’. 생명보험사의 핵심 가치인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담은 점이 평가를 받았다.

▷지자체에선 ‘녹색의 땅 전남’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이 좋은 슬로건으로 뽑혔다. 전남은 푸른 들판을 연상시키는 감성적인 접근방식을 사용했고, 충북은 생명과 태양의 자연친화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New Start, Again KEPCO’(한국전력) ‘고객과 함께하는 Global KOGAS’(한국가스공사) ‘세상 모든 가치의 시작 from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협동조합’(농협중앙회)은 조직 이미지와 단어가 따로 놀아 별로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순한 영문 슬로건인 대전(It’s Daejeon) 울산(Ulsan for you) 경남(Feel Gyeongnam) 광주(Your partner, Gwangju)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지나칠 정도로 단순해 지역 특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촌철살인(寸鐵殺人) 슬로건은 고개가 절로 끄덕이게 만들지만 공기업과 일부 지자체는 억지춘향식 표어나 무성의한 영문을 썼다. 삼성전자는 딱 부러지는 슬로건이 없다. ‘SAMSUNG’ 자체가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라 슬로건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대한항공의 ‘Excellence in Flight’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편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