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공동취재단)
송지나 작가 “신의 배우들 구석에 있지 말아요…김희선 걱정돼”
故 김종학 PD(62)와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 '신의' 등에서 호흡을 맞춘 평생 콤비 송지나 작가가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송지나 작가는 故 김종학 PD 빈소에 다녀온 뒤 24일 오전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드라마다)에 '다녀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송 작가는 "좀 전에 제가 앉아있던 자리에는 20여 년 전 '여명의 눈동자'의 주인공이었던 박상원 씨나 채시라 씨가 있었습니다. 몇 년 전 '태왕사신기'의 주인공이었던 배용준 씨나 이지아 씨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작년에 방송된 '신의'의 주인공이었던 김희선 씨나 민호 씨가 류덕환 씨가 박세영 양이 함께 있었습니다"라며 그동안 고인의 작품에 함께 했던 배우들이 故 김종학 PD 빈소를 찾은 사실을 전했다.
이어 "그분의 초창기 작품을 함께 했던 나이 지긋한 연기자 스태프와 마지막이 되어버린 작품의 젊은 연기자 스태프가 한 방 안에 다 함께 있었습니다. 정말로 꿈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이렇게 다 모이게 해서 밥 한번 같이 먹고 싶으셨던가…그런가요"라며 고인의 죽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송 작가는 "감독님 추모영상을 만들 거랍니다"며 "그 영상에 입힐 몇 줄의 글을 쓰라고 합니다. 그런 영상에 입힐 말 같은 건 한마디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자칫 그런 말을 하면 이게 다 꿈이 아닌 게 될 거 같습니다. 그저… 다녀왔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러 들어왔습니다"고 전했다.
송 작가는 고인을 힘들게 했던 '신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송 작가는 故 김종학 PD 빈소를 찾은 '신의' 출연 배우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전하며 위로의 마음을 건넸다.
이어 "희선 씨 때문에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3년을 한결 같이 기다려 합류했던 '신의'. 힘든 촬영장에서 감독님을 유일하게 웃게 해주었다는 은수. 이름 없는 스태프나 신인 연기자들이 자신들만으로는 힘이 부족하다고…이름 있는 누나가 우리 힘 좀 되어주세요…그래서 고소장에 이름을 얹어주었던 내막을 제가 압니다. 감독님을 상대로가 아닌 제작사를 상대로. 그런데 그 이유로 울고 또 울어요. 그러지 말아요"라며 김희선을 걱정했다.
송 작가는 "잘못을 한 이가 있다면 그 긴 세월을 함께 했으면서도 마지막 전화 한 통화 받지 못한 사람이지요. 그렇게 얄팍한 세월을 지녀온 사람이지요"며 "얼른 자야겠습니다. 그럼 이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고 잠이 깰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글을 마무리 했다.
김종학 PD는 23일 오전 10시 18분경 분당구 야탑동 Y빌딩 고시텔 5층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작은 창문과 출입문 틈은 청색 테이프로 봉해져 있었고 욕실에서 타다 남은 번개탄이 발견됐다. 김종학 PD가 자필로 쓴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여보 미안하다. (자녀들에게) 엄마를 잘 보살펴 주기 바란다. 사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후배 PD들에게 내가 누가 될까 두렵다. 나 때문에 PD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줄까 걱정된다"는 글도 적혀 있었다.
김종학 PD는 최근 SBS 드라마 '신의'의 출연료 미지급과 스태프 입금 미지급 등과 관련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김종학 PD는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지만 최근 경찰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고, 조카로부터도 피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