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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은행원 기지 발휘… 보이스피싱 막았다

입력 | 2013-07-25 03:00:00

부산은행 장림지점 2인 발빠른 대응… 당황해하는 고객 행동 보고 눈치 채 경찰 신고한 뒤 시간 끌며 송금 막아
근절되지 않는 보이스피싱… 상반기 158건… 피해액 18억 달해




조성환 부산 사하경찰서장은 22일 보이스피싱에 신속히 대처해 3000만 원의 송금을 막아 피해를 예방한 부산은행 직원 박정현 씨(왼쪽)와 김연석 차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부산은행 제공

18일 오후 1시 50분경 부산 사하구 장림동 김모 씨(76·여)의 집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당신 아들을 납치했다. 돈을 보내지 않으면 아들을 죽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들이 납치됐다는 말에 정신이 혼미해진 김 씨가 “돈이 3000만 원밖에 없다”고 하자 전화를 건 이 남자는 “즉시 가까운 은행으로 가라”고 요구했다.

5분여 뒤 부산은행 장림동 지점에 도착한 김 씨는 대기 순번이 아닌데도 다급히 창구로 다가가 예금 중도해지를 요구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손도 떨었다.

직감적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판단한 창구 직원 박정현 씨(35)와 김연석 차장(50)은 “전화가 이상하지 않았느냐”며 김 씨를 진정시켰다. 전화는 계속 걸려왔고 김 씨는 “상대방과 통화를 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은행 직원을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112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도착했다. 은행 직원들은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 김 씨의 아들 연락처를 확보했다. 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들과 직접 통화를 한 뒤에야 김 씨는 울음을 터뜨렸다. 은행 직원들에게도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6월 7일에 부산 만덕동우체국에서는 박모 씨(74·여)가 모 은행에서 정기예금을 중도 해약해 인출한 현금 2000만 원을 송금하려는 것을 직원들이 보이스피싱으로 판단하고 막았다. 경찰을 사칭한 사기범이 ‘카드정보가 유출돼 은행에 있는 돈을 다른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고 속이는 전형적인 사례였다.

부산지방경찰청이 올 들어 6월 말 현재까지 집계한 보이스피싱은 158건. 피해액은 17억9800여만 원에 이른다. 경찰은 관련자 3명을 구속하고 239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대포통장을 만들어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게 판 사람은 모두 한국인으로 드러났다.

심재훈 부산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장은 “보이스피싱 범죄들이 주로 중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이나 검거도 쉽지 않다”며 “전화로 돈을 요구하거나 통장 계좌번호 등을 거론하는 경우는 대부분 보이스피싱이기 때문에 112 또는 은행창구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