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대표적인 고(高)수익 고위험 업종이다. 중년 세대에 낯익은 영화 ‘졸업’(1967년)은 3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다. 수익률이 30배가 넘었다. 최악의 실패 사례로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미국 영화 ‘클레오파트라’(1963년)가 꼽힌다. 6500만 달러라는 당시로는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었으나 수입은 2000만 달러에 그쳤다. 제작사 20세기 폭스는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2002년 개봉한 영화 ‘플루토 내쉬’도 1억 달러를 들였으나 수입은 달랑 440만 달러여서 워너브러더스에 악몽 같은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 연예산업의 중심에는 TV 드라마가 있다. 황금시대를 연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 ‘모래시계’를 만든 김종학 PD이다. 그는 연출가로서 열정, 감각에 이론까지 갖췄다. 2007년 ‘태왕사신기’를 찍을 때는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현장을 지켰다. 몇 해 전 한류가 주춤할 무렵에는 한국 드라마가 몇몇 작가에게만 스토리를 의존하고 있다며 집단창작 체제를 제안했다. 한때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영입 대상에 올랐으나 거절하는 단호함도 지녔다.
▷그는 1995년 방송사에서 독립한 뒤 1998년 김종학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최고경영자(CEO)까지 겸해야 하는 자리였다. 갈수록 회사 형편이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태왕사신기’는 치명타였다. 400억 원이 넘는 과도한 제작비를 들인 게 화근이었다. 흥행 면에선 나쁘지 않았으나 결국 적자를 보면서 자금난에 직면했다. 지난해 ‘신의’를 만든 뒤에는 출연료 등을 못 줘 고소까지 당했다.
▷미국의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예술가들은 세상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고는 세상에 대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오히려 거스르려고 하는 예술가 특유의 사고방식을 지적한 말이다. 미국의 연예산업은 유대인이 주도한다. 사업에 관한 한 누구보다 프로인 그들도 실패를 하는 곳이 연예산업이다. 3평짜리 고시텔에서 가던 시계를 스스로 멈춘 김 PD의 죽음은 그가 영락없이 예술가였음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