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줄줄이 터지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대처는 더 문제다. 이번 사태들의 처리엔 ‘관련 부처의 수수방관, 뒤늦은 대통령의 한마디, 급조된 뒷북 대책’이라는 수순이 되풀이됐다.
가장 먼저 벌어진 영훈중 사태를 보자. ‘유전입학 무전탈락’이라는 총체적 비리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공방만 벌여왔다. 현행법에 따라 지정 취소를 할 수 없다는 서울시교육청이나, 법률자문을 해보니 지정 취소 가능성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는 교육부나, 국민 눈엔 오십보백보다. 성적이 좋아도 보호시설에 있다는 이유로 탈락한 아이들의 상처, 돈이면 입시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국민의 불신은 이들의 안중에 없어 보였다.
생떼 같은 고교생 5명을 앗아간 태안 캠프 사고도 다를 바 없다. 18일 사고 발생 직후 관련 기사가 인터넷에 오르자 ‘내 아이도 저 자리에서 똑같이 목숨을 잃었다. 몇 년째 달라진 게 없다’는 댓글들이 올라왔다. 주말 내내 이어지는 비보에 국민은 애가 탔지만 유관 부처들은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월요일인 22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안전사고를 질책하자 허망한 안전대책이 쏟아졌다. 지난해 사설 캠프 성추행 사고 이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여성가족부는 흘러간 레퍼토리를 다시 읊었고, 교육부는 사고 재발 시 엄중 처벌하겠다는 원칙론을 늘어놓았다.
일부 사립대가 교직원과 법인이 내야 할 연금을 등록금으로 메운 사태는 어떤가. 당초 교육부는 문제 대학들의 명단을 알아서 감춰주고, 이후 비난 여론이 들끓는데도 ‘법적으로 환수할 길이 없다’며 버텼다. 그러다 박 대통령이 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변명의 여지없이 잘못된 일”이라고 언급하자 곧바로 환수하겠다고 나섰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느라 복지부동하다가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맞춤형 대책을 내놓는 것은 모든 부처의 공통 현상이다. 오죽하면 청와대 내부 인사가 “도대체 부처들은 일이 터지고 며칠 만에 대책을 내놓는지 모르겠다. 사고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 다음 사고를 예견하는 수준”이라고 한탄하랴.
이 정도면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대통령을 위한 정부가 아닌가 싶다. 전 국민이 분노하고 아파하는 일을 대통령이 일러줘야만 아는 정부라니, 정말 후진국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