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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77억 빚진 국립오페라단

입력 | 2013-07-25 03:00:00

온정의 손길 찾아 동분서주…앗! 키다리아저씨 오셨네




국립오페라단이 거액의 빚에 잡힌 발목을 가까스로 빼내게 됐다. 국립오페라단은 2007년 공연 도중 일어난 화재에 책임을 지고 77억5000만 원을 보험사에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6년 전 화재가 일어난 뒤 단장이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빚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사정은 이렇다. 그해 12월 ‘라보엠’ 공연 중 로돌포 역을 맡은 테너가 성냥불을 켜서 벽난로에 던지는 장면에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불이 났다. 화재는 인명 피해 없이 20여 분만에 진화됐지만 재산 피해액은 194억 원에 이르렀다.

보험사는 예술의전당에 화재 보험금 100억 원을 지급한 뒤 오페라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관을 한 오페라단이 제대로 관리를 못해 불이 났으니 예술의전당에 지급한 돈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3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진 끝에 지난해 2월 대법원은 48억 원을 오페라단이 물어내라고 확정 판결했다. 1심 판결 이후 연이율 20%로 이자가 붙어 갚아야 할 돈도 늘어났다.

오페라단의 지난해 예산은 88억6000만 원. 전년도에 비해 예산이 20억 원이 준 데다 창단 50주년을 맞아 캐스팅까지 마친 공연을 취소할 수는 없었다. 예산으로 배상을 했다가는 오페라단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었다. 보험사는 오페라단의 재산 상황에 대한 실사를 벌였지만 월세 사무실이라 건물 보증금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국립단체가 이렇게 가난할 수 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김의준 단장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온정의 손길을 구했다. ‘배상금 모금 콘서트’도 구상하고 기업 협찬도 찾아다녔다. 사면초가에 처한 오페라단의 형편을 접한 삼성그룹이 손을 내밀었다. 오페라단이 전액을 갚되 삼성에서 53억5000만 원을 후원해주기로 했다. 오페라단은 6년에 걸쳐 이 돈을 상환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배상금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 오페라단이 본연의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게 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