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국씨 딸 소유 연천 허브빌리지 농장… 서울땅 팔아 증여 방식으로 ‘세탁’ 의혹재용씨 장모-재만씨 장인 루트도 주목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외사부장)이 전 전 대통령이 자녀나 손녀 등 직계가족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은닉한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장남 재국 씨의 딸 수현 씨(28)가 경기 연천 허브빌리지 땅을 증여받은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재국 씨는 2004년 5월 딸 수현 씨 명의로 허브빌리지 땅 5200m²(약 1573평)를 사들였다. 2004년에 3.3m²당 매입가는 3700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10배 정도 올랐다. 검찰은 매입 비용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서 나왔다고 보고 자금의 원천을 들여다보고 있다.
재국 씨는 200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현 씨에게 재산을 물려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땅 100평을 팔아 이곳의 땅을 사줬다.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 그 땅과 그 땅 위에 심은 생명들을 소중히 가꾸라고 말했다. 나는 이 땅을 결코 팔지 않는다. 땅은 되팔아야 투기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혼맥을 통해 맺은 사람에게 비자금 관리를 맡기거나 많은 상속을 해 비자금을 숨겨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도 이 관계를 눈여겨보고 차남 재용 씨의 전처 A 씨와 현재 부인 박상아 씨의 어머니,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 집까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재용 씨의 경우 전처에게까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갔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규명하려 17일 A 씨의 집에서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 등 보석류 다수를 압수해왔다. A 씨는 재용 씨와 1992년 결혼했지만 1999년부터 별거했고 2003년 재용 씨가 비자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박 씨와 열애설이 터지면서 사실상 헤어졌다. 하지만 2007년 이혼한 뒤에도 재용 씨와 전 전 대통령은 A 씨와 전 사돈을 잘 보살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이 A 씨 측에 흘러간 것 아니냐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또 재용 씨는 박 씨와 결혼하기 전부터 예비장모를 통해 부동산을 차명 관리해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3남 재만 씨의 경우 장인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간 의혹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재만 씨가 1995년 결혼 당시 장인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에게 축의금으로 받은 160억 원의 채권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섞였다고 보고 압류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돈이라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지 못해 압류를 풀었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 역시 주요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 씨는 조카들에게 땅을 터무니없는 값에 팔거나 무상으로 증여하고 조카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수백억 원을 빌려주기도 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또 다른 비자금 관리인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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