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한 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경주로와 관람대, 부대시설 등 기본시설에 경주마 생산자, 기수, 조교사, 관리사 등 수천여명의 마필관계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재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경마산업에서 장외발매소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경마를 시행하는 여러 나라에서 경마장 수보다 수배 더 많은 장외발매소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경마를 주도해온 경마선진국들의 장외발매소 현황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 일본(110개, 매출비중 93%)…어린이 여성 편의시설도 다양
또한 일본의 장외발매소는 발매시설 외에 어린이 동반 참여자를 위한 키즈방, 여성관객·65세 이상 회원을 위한 무료좌석, 비체류형 미니 장외발매소 운영 등을 통해 경마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중이다.
¤ 미국(약 5000~8000개, 매출비중 89%)…최근 카지노, 스포츠토토와 경쟁
미국은 주별로 경마시행 체계가 다르고 장외발매소에 대한 공식 통계가 없다. 뉴욕주의 경우 약 260개의 장외발매소가 있다. 전국적으로는 5000~8000 개의 장외발매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경마에서 장외발매소의 매출 비중은 89%로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카지노나 스포츠토토 등에 밀리면서 장외발매소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홍콩(126개, 장외매출비중 92%)…소시민 일상으로 자리잡은 경마
홍콩자키클럽은 경마뿐 아니라 축구복권과 마크식스로터리(로또와 유사)사업까지 하고 있는 ‘베팅그룹’이다. 홍콩의 인구는 한국의 15%에 불과하지만 장외발매소는 한국보다 4배나 많은 126개가 성업중이다.
홍콩인들에게 경마는 생활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일하는 중에도 라디오 경마중계를 들으며 마권을 맞춰보는 것이 소시민의 일상이다. 바쁘게 사는 홍콩인들은 경마장에 가기보다 가까운 장외발매소에서 마권을 사서 짬 날 때마다 마번을 맞춰보며 취미를 즐긴다. 홍콩자키클럽은 장외발매소외에 전화베팅, 모바일베팅, PDA베팅, TV베팅 등 다양한 마권구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마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북메이커’(bookmaker)라는 사설마권업자들이 오래 전부터 존재혔다. 이 북메이커들은 패리뮤추얼 방식을 쓰는 토트(TOTE)사와 마권발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데, 이들을 합친 영국의 장외발매소는 무려 9000여 개에 달한다. 영국의 장외매출 비중은 99%가 넘는다. 영국인들은 굳이 경마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신문이나 담배를 사는 것처럼 어디서나 마권을 살 수 있다.
현재 한국경마의 장외매출 비중은 70% 내외다. 90%를 훌쩍 넘는 경마선진국들에 비하면 발매환경이 미흡하다. 한국에서 장외발매소는 경마를 직접 시행하는 경마장을 제외하면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하지만 사행산업 종합계획이 발표된 2008년 이후 장외발매소의 신규개설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불법사설마권을 사는 게 오히려 더 쉽다. 이 때문에 불법사설경마가 크게 늘어 마사회 매출의 여섯 배에 이를 정도다. 그만큼 일자리 창술, 세수 기여 등 한국마사외의 공적 기능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의미다.
스포츠동아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