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학 대표.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의 대표적인 팀 첼시의 무리뉴 감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前 감독의 공통점은?
바로 현역 선수 시절 빛을 못 봤지만 지도자가 된 후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런 일들은 비단 스포츠 계 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 스포츠는 아니지만 한국 가요계에서도 이런 지도자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걸그룹 디유닛의 소속사 ‘D-Business’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힙합 그룹 YMGA 출신 DM(디지털 마스터) 이용학(36)이다.
이 대표는 90년대 초인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 뉴저지 포트리로 이민, 현지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는 자연스럽게 당시 뉴저지 지역에 거주한 싸이, 조PD, 마스터 우 등과 1990년대 초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까지 혈기 왕성 했던 시절,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됐다.
“청소년 시절 미국에 이민을 가서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언어부터 동양인을 무시하는 그 당시 문화 등을 겪으며 상처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가수 크리스 크로스의 힙합 패션에 완전 빠지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힙합을 패션부터 먼저 접했고 나중에 음악을 들으며 힙합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어린 시절 뉴저지에서 아마추어지만 힙합음악이 너무 좋아서 마스터 우, 조PD 등과 크루를 만들어서 활동 했어요. 그리고 어깨너머로 작곡이나 편곡 등을 배웠죠. 어느 날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들었는데 아 이런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용학 대표.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가수 데뷔를 결심한 순간 일이 술술 풀렸다.
그는 자작곡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1996년 데뷔한 남성그룹 H.O.T의 미국 오디션에 합격했다. 부모님께 말도 없이 무작정 한국에 온 그는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연습생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음악적 색깔이 H.O.T와 맞지 않아 결국 SM을 나왔다.
자칭 ‘사고 뭉치’ 가수 지망생이었다는 이 대표는 그 당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독기를 품은 그는 한국에서 2000년 초까지 싸이, 조PD, 라이머 등과 함께 소속사를 만들어 활동 했다.
어느 정도 음악적, 경제적 성과를 거뒀지만 각자의 진로를 위해 싸이, 조PD, 라이머 등과 아름다운 결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 들어가 힙합그룹 YMGA의 가수 활동과 프로듀서, 작곡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 대표는 가수로서는 큰 성공을 못 거뒀지만 YG의 여러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참여하며 작곡 프로듀서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포미닛의 ‘거울아 거울아’, 엠블랙의 ‘오예’ 외에 유키스, 이기광, 슈퍼주니어, 마이티 마우스 등의 앨범에 참여하며 히트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저의 제작사로서의 롤모델은 YG의 양현석 대표님처럼 되는 것이에요. YG에 있을때 정말 많이 배웠고요. 하나하나 완벽을 추구하시는 대단한 분이라고 느꼈어요.”
이 대표는 가수, 작곡가, 제작자 등 가요계의 모든 역할을 직업으로 삼은 프로 중에 프로다.
“저는 가수, 작곡가, 제작자 생활을 다 경험 해봤는데요. 일단 제 경험에는 가수가 가장 쉬운 것 같아요. 그 이유는 그나마 책임져야 할 일이 가장 적기 때문인 것 같고요. 제작사로서 작곡가로서 힙합음악에 자부심이 있어요. 한때 비주류 음악이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고 한국 가요계에서도 주류 음악이 됐거든요. 그래서 힙합 음악만큼은 결코 상업적인 대중성보다 본래의 정통 힙합 음악을 추구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이용학 대표.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 대표는 이제 디유닛, 가수 태완 등을 소속 아티스트로 둔 어엿한 제작자다.
이 대표는 한해에도 수십 팀 씩 쏟아지는 걸그룹 속에서도 음악성을 인정받아 살아남은 걸그룹 디유닛과 자신의 절친인 리쌍의 개리, 신예 크러쉬 등과 함께 신곡 ‘어디 갈래’ 발매하고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는 태완에게도 항상 음악적인 완성도를 강조한다.
“우리 소속사 가수들은 음악적 색깔이 뛰어나고 작곡, 편곡 능력도 다 있어요.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에게 음악성을 가지고 가요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어요. 가끔 제작자와 가수로서 의견 충돌이 있는데 아이들이 제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으면 서운해요.(웃음) 하지만 저는 정통 힙합에 바탕을 둔 음악 하는 아이돌, 진정한 아티스트를 만들고 싶어요.”
가요계에서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저작권료로 대기업 임원정도의 연봉 수입을 올린다는 솔직 담백한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디유닛과 태완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저희 소속사 친구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타고난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에요.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더욱더 좋은 모습으로 항상 팬들에게 다가갈게요. 그리고 내년 정도 데뷔 계획인 남자 팀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소속사 가수들은 YG의 사촌정도 되는 친구들이니 특별히 더 관심 가져 주세요.(웃음)”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