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절감 아파트가 대세
봉 씨만 ‘봉 잡은’ 것은 아니다.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 때문에 툭하면 전력경보가 발령되는 요즘, 건설사들이 에너지 절감형 주택 짓기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파트 설계에 에너지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신설해 지난해부터 20채 이상 공동주택을 지으려면 2009년 기준 표본 500가구 대비 총 3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2017년부터는 절감해야 하는 에너지 비율이 60%로 늘어난다.
지난해 12월 에너지 절감형 아파트로 이사한 주부 박영순 씨(39)는 “경기도 안 좋은데 냉난방비가 나날이 치솟아 화가 나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만족스럽다”며 “조금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전기료가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 ‘신동백 롯데캐슬에코’에는 미소(마이크로)수력발전시스템을 마련했다. 가정에 공급되는 물이 아파트 지하 물탱크를 거쳐간다는 점에 착안해 물의 낙차를 이용한 발전시스템을 만든 것. 9kW, 3.5kW짜리 2개 설비로 만든 전기가 관리사무소 같은 주민 공동시설에 공급돼 관리비가 연간 200만∼300만 원 절감된다.
인천 서구 청라지구 ‘대우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도 에너지 소비량을 기존 아파트보다 30% 줄이도록 설계했다.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 주차장에서 필요한 전기를 충당하고 가로등 불도 밝힌다. 지열을 이용해 관리사무소 냉·난방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아파트에는 총 23개의 에너지 절감 기술이 들어갔다.
○ 비싼 비용…사업성이 큰 과제
장마철이지만 ‘치고 빠지는’ 집중호우로 예년보다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이달에만 전력 수급 경보가 5번 발령됐다. 지역별 전력 공급 차단까지 논의되면서 에너지 절감형 아파트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에너지 절감형 아파트가 더 활성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체 생산설비 설치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지열 발전기 등 자체 에너지 생산설비를 만들면 건축비용이 많게는 30%나 더 들어 아직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자체 에너지 생산 시설은 비용을 뽑으려면 20년 이상이 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용인·수원=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권승록 인턴기자 서강대 경영학과 졸업
이지은 인턴기자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