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전북]인구 2만 장수에 작은 영화관… 지난해 3만2000명 재미 만끽

입력 | 2013-07-26 03:00:00

문화-복지갈증 덜어준 전북 ‘작은 시리즈’ 정책




“작은 게 아름답다!”

전북이 그렇다. 작은 영화관, 작은 목욕탕, 작은 도서관, 작은 미술관…. 이른바 ‘작은 시리즈’다. 농어촌과 산촌 등 문화와 복지 소외지역을 없애고 주민들이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은 시설을 만드는 사업이다. 도로 항만 공단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건설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피부로 느끼는 삶의 질 향상 쪽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들이 쌓여서 도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셈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1월 도청에 ‘삶의 질 정책과’를 신설하고 삶의 질 정책을 기존 성장전략인 민생 일자리 등과 함께 도정의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정책을 발굴하고 지역에서 원하는 사업을 확충해 삶의 질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다. 정부도 마침 영화관이 없는 전국 농어촌에 작은 영화관을 건립해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발표해 전북의 정책을 뒷받침했다.

○ 작은 영화관, 전국으로 확산

24일 오후 전북 장수의 작은 영화관인 한누리 시네마. 이병헌 주연의 ‘레드: 더 레전드’와 고릴라 야구선수를 그린 ‘미스터 고’를 상영 중이다. 현재 전국 대도시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다. 노인 등 20여 명이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즐기고 있다. 김모 씨(62·여)는 “전주까지 나가지 않고도 5000원에 최신 영화를 시원하게 볼 수 있어 친구들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장수 한누리 시네마의 성공은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다. 극장이 없던 장수군은 2010년 8억5000만 원을 들여 기존 문화시설인 한누리전당의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해 36석과 54석짜리 2개관으로 개관했다. 입체영상(3D) 영사시설도 갖추었다. 첫해에는 적자였지만 2년째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이 극장을 찾은 관람객은 3만2000명. 장수군 전체 인구는 2만3000명이다. 전북도는 극장이 없는 김제 고창 부안 등 8개 시군에 내년까지 작은 영화관을 오픈하기로 했다. 전북은행은 1곳당 1억 원 상당의 영상장비나 관련 물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정부도 ‘작은 영화관이 가족 중심 여가문화 확산이라는 삶의 양식 변화를 촉진하고 영화관 운영에 귀농 인력과 주민을 참여시켜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2017년까지 전국에 90개의 작은 영화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4월 30일 대산면에 문을 연 작은 목욕탕.

○ 작은 목욕탕은 동네 사랑방

전북 고창군 대산면 이모 씨(68)는 봄부터 큰 낙이 하나 생겼다. 4월 30일 대산면에 작은 목욕탕이 문을 연 뒤 일주일에 두 번씩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요금은 단돈 1000원. 이 씨는 “전에는 목욕을 하려면 차를 타고 고창읍내나 전남 영광까지 가야 돼 불편했다. 하지만 이제는 걸어서 목욕탕을 갈 수 있어 ‘마실가듯’ 자주 다닌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렴한 공중목욕탕 운영이 가능한 것은 에너지 절감설비인 공기열원히트펌프 덕택이다. 과거 공중목욕탕은 경유보일러를 사용해 연간 5000여만 원의 적자가 났으나 에너지절감설비를 설치하고 운영을 자활근로자들에게 맡긴 결과 연간 500만 원 정도의 경비만 들이면 작은 목욕탕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과 장애인은 무료이며 남녀공동욕장으로 남녀가 격일제로 번갈아 사용한다. 전북도는 이 같은 작은 목욕탕을 내년까지 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80곳에 조성되는 작은 도서관도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주민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장소로 활용된다. 작은 미술관·박물관 사업은 기존 소규모 미술관과 박물관에 인건비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내년까지 22곳을 지원한다. 이 밖에 주민들의 건강과 날로 늘어나는 체육 동호인들을 위해 농구장 야구장 족구장 등 소규모 동네체육시설 82곳을 내년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